“지열발전이 촉발”… 포항, 지진도시 오명 벗었다
“지열발전이 촉발”… 포항, 지진도시 오명 벗었다
  • 김진호·박형남기자
  • 등록일 2019.03.20 20:38
  • 게재일 2019.0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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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합동조사단, 11·15지진 491일 만에 ‘인재’ 결론
“지열발전소 땅 속 물 주입 원인… 자연지진 아니다”
포항, ‘안전도시’ 이미지 회복에도 갈 길 아직 멀어
범시민대책기구로 역량 모으고 침체 경제 살려야
본지, 유튜브 통해 발표 생중계
20일 오전 서울시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의 연관성에 관한 정부조사연구단 결과발표 기자회견’에서 이강근 합동조사연구단장(왼쪽)이 포항지진이 인위적 요소와 자연적 요소가 결합한 ‘촉발지진’이라는 최종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단상은 정부조사단에 참여한 해외 조사위원들. /정현옥기자 jho@kbmaeil.com

2017년 11월15일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강진은 인근 지열(地熱)발전소가 촉발했다는 결론이 났다.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은 2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은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이강근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장(서울대 교수·대한지질학회장)은 “포항지진은 지열발전소에 의해 촉발됐다”고 밝혔다. 정부조사단이 촉발지진이라고 선언하면서 인재(人災) 여부를 둘러싼 논란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

이번 발표를 통해 ‘지진도시’라는 오명을 썼던 포항은 억울함에서 벗어나게 됐다. 지진발생에 따른 인구와 관광객 감소 등으로 포항 경기가 침체됐지만 이번 기회로 지진 안전도시라는 이미지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맞게 됐다. 지역정가에서는 중앙정부가 포항에 기업 유치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선언하고, 포항시에 기업유치와 지진 피해를 복구하기 위한 특별법을 만들어 지진으로 몰락한 지역 경제를 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관련기사 2·3·4·5면

이와 관련,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도는 후속 대책 마련을 위해 포항시와 긴밀히 협조해 필요한 사항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며 “지진 안전도시 이미지 회복은 이제 시작이고 앞으로 정부와 지자체 등 모두가 지속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항시도 21일 향후 대응방안을 밝힐 예정이다.

비록 지진도시라는 오명을 씼었으나,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게 지역민들의 반응이다. 우선 포항지진 보상방안의 실효성을 확보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법적 투쟁에 역량을 모으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법정다툼의 결과에 따라 보상하기로 한 만큼 목소리 통일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 포항에는 11.15 지진 지열발전 공동연구단을 비롯해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 지열발전과 포항지진 진상규명 및 대응을 위한 포항시민대책위원회, 한미장관맨션지진피해비상대책위원회, 흥해완파주택공동대책위원회 등 여러 단체가 분산돼 있다. 이날 정부조사단 조사결과 발표 현장에서 일부 포항시민들이 제각각 다른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 전국에 생중계되기도 했다.

시민의 이익이 아니라 자칫 정파적 이해를 앞세울 경우 앞으로 예측되는 법적 소송이나 정부와의 소통에서 큰 혼선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포항지진으로 인한 피해보상을 위해 시민의 역량을 모을 수 있는 범시민대책기구 발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포항시와 지역의원들도 범시민대책기구 발족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정재(포항북) 의원은 “오늘 조사단의 발표로 포항지진에 대한 정부 책임이 명확해졌고, 포항은 지진도시의 오명을 벗게 됐다. 정부도 책임을 인정하고 배상과 복구 대책을 원점에서 다시 수립해야 한다”면서 “포항 시민은 범시민대책기구를 구성해 하나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도 지진대책위와 시민단체, 그리고 지역 원로들을 주축으로 지진 대책위를 통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조단이 지진과 지열발전의 연관성을 확정지으면서 지열발전소 건설과 관련된 책임규명과 책임자 처벌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 포항지열발전소 건립 사업 추진 당시 관계자들에 대한 책임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는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시민들은 대규모 포항시민 궐기대회를 통해 책임규명과 책임자자 처벌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열발전소 주관 사업자인 넥스지오가 파산절차를 밟고 있는 만큼 정부가 지열발전소 건립과 운영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고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개발 사업을 영구 중단키로 해 민심수습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 올해부터 5년간 2257억원을 투입하는 ‘포항 특별재생사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정승일 산업부 차관은 “정부는 조사연구단의 연구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며, 피해를 본 포항시민들께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 “조사연구단의 연구결과에 따라 정부는 앞으로 취해야 할 조치를 최선을 다해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북매일이 이날 조사결과 발표현장 분위기를 생생히 보도하기 위해 조사결과 발표 전 과정을 유튜브로 생중계해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김진호·박형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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