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9.7% 유종의 미

‘눈이 부시게’ 포스터. /JTBC 제공

기억을 잃어가는 병에 걸린다는 것은 그저 동정과 연민의 대상이어야 하는 것일까.

20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JTBC 월화극 ‘눈이 부시게’ 마지막 회 시청률은 9.731%(유료 플랫폼)로 집계됐다.

방송이 시작된 지난달 초만 하더라도 3%대 초반에 머물렀으나 점점 입소문이 나면서 시청률이 세 배 이상 뛰며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 유종의 미를 거뒀다.

드라마가 이뤄낸 성과 중 하나는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린 노년의 인생을 극적 장치를 위한 도구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내 드라마에서 치매는 심심치 않게 주요 소재로 등장하지만, 결코 그 쓰임이 다양한 편은 아니었다.

대개 치매는 치매 환자를 돌보는 주변인 삶을 조망함으로써 서민들의 팍팍한 삶을 보여주는 역할을 하거나,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기억을 잃어가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감정을 끓어오르게 만드는 장치로 활용하곤 했다.

‘눈이 부시게’는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린 노인 혜자(김혜자·한지민 분)의 시선에서 바라본 세상을 직접 담아낸다.

극 중반까지 드라마는 시간을 되돌리는 시계 때문에 갑자기 늙어버린 혜자가 젊음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준하(남주혁) 곁을 맴도는 평범한 타임슬립 로맨스극으로 보였다.

이때 혜자가 시계에 집착을 거두다가 다시 집착하는 전개가 길게 늘어지면서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10회에서 극적인 반전이 이뤄지며 이제까지의 내용은 모두 알츠하이머 치매 노인의 상상과 기억이 뒤섞인 허구였음이 드러난다.

마지막 회에서 어렴풋이 제정신을 찾은 혜자는 인생 전체를 돌아보며 “행복한 순간도, 불행한 순간도 있었다”면서 삶 전체를 긍정하게 되고, “지금을 망치지 말라. 오늘을 살아가라,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다”는 혜자의 내레이션으로극은 끝을 맺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