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배상 위해선 지열발전소
‘고의·과실로 법령 위반’ 사실
충족시켜줄 검증과정 필요
정부 책임 인정 가능성 두고
법조계, 대립된 의견 내놓아
소송 중인 포항범시민대책본부
지난해부터 1천여명 참여
공동연구단 역시 변호인단 구성
정신적 위자료 부분에 초점 맞춰
흥해지역 난립 각종 단체서도
준비중이거나 검토 예정

정부합동조사연구단이 20일 오전 포항지진이 인위적 요소와 자연적 요소가 결합한 ‘촉발지진’으로 최종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지진 피해 이재민 대피소인 포항시 북구 흥해체육관에서 이재민이 결과 발표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포항 지열발전소가 11·15 포항 지진을 촉발시켰다는 정부 합동조사단의 발표에 따라 피해 배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사업자인 넥스지오가 파산 신청을 통해 법정관리에 들어간 상태지만, 사업 자체가 정부 용역을 받아 수행했기 때문에 소송은 앞으로 정부를 상대로 하는 국가배상으로 진행될 확률이 높다.

다만, 촉발 지진을 이유로 정부에 국가배상 소송을 진행한 사례 자체가 전무한 상황이라 앞으로의 소송 방향이나 결과를 쉽사리 예측하기는 어렵다. 정부도 법정다툼의 결과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혀 실질적인 배상에 이르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리게 됐다.

일단 ‘국가배상법’에서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 또는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는 경우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배상은 신체·물적·정신적 피해 모두를 아우르고 있다. 타인의 신체에 해를 입힌 경우 요양비·휴업배상·장해배상 등을, 타인의 물건을 멸실·훼손한 경우에는 수리비·휴업배상 등을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신적 피해와 관련해서도 피해자의 사회적 지위, 과실의 정도, 생계 상태, 손해배상액 등을 고려해 그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배상해야 한다고 정해 놓았다.

이러한 규정과 달리 국가배상이 과연 가능할까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지열발전소가 지진을 일으켰다’는 사실이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충족시키느냐 여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유발지진’에서 한 걸음 물러선 ‘촉발지진’으로 결론이 났기 때문에, 배상 책임의 범위에 대해서도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국가배상책임요건 중 일부 요건의 불인정 가능성이 높아 국가 배상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과 ‘국가가 수행한 사업으로 피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명백하기 때문에 국가가 책임을 져야만 한다’는 의견 등이 서로 대립하고 있다.

그러나 각종 전망과 의견은 차치하고 법적인 소송 자체가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사실은 명백하다.

이미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의 경우 지난해 10월 대책본부 회원을 중심으로 지진피해시민 70여명이 국가 상대 유발지진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으며, 올해 1월에도 포항시민 1천100여명을 추가해 같은 내용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또 지열발전 연관성과 관련해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쳤던 ‘11·15 지진·지열발전 공동연구단’ 역시 이번 정부 합동조사단의 발표를 계기로 변호단을 구성, 포항지진과 직·간접적 관계가 있는 대상자들에 책임을 묻고 포항시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소송을 진행하기로 했다.

특히 공동연구단의 법적 소송은 트라우마를 비롯한 정신적 위자료 부분에 초점을 맞춘다는 방침이다. 이 외에도 진앙지인 흥해 지역에 난립해 있는 각종 단체 등에서도 소송을 준비하거나 검토할 예정에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공동연구단 법률분과장 공봉학 변호사는 “정부의 적극적인 배상이 이뤄진다면 가장 좋은 시나리오겠지만, 그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다”며 “금액 등 피해 분류가 난제로 남아있긴 하지만 소송 자체가 정부의 책임에 대한 집단 항거의 의미가 있다고 본다. 시민들이 힘을 모아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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