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국민감사 청구 나서
사업추진 주체인 ‘넥스지오’
지진발생 보고 누락 등 밝혀야

포항지열발전소 건립 사업 추진 과정에 관련된 관계자들에 대한 책임소재가 명확히 규명돼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조사연구단이 포항지진을 촉발지진이라고 결론내면서 이같은 요구는 더욱 거세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정부발표가 있은 직후 관계자들은 범시민궐기대회를 준비하기로 해 조만간 이들에 대한 구체적인 문제들이 공론화될 것으로 보인다.

20일 포항시 등에 따르면 포항지열발전소는 지난 2011년 4월 포항시와 (주)넥스지오가 업무협약을 맺은 이후 정부지원 연구개발사업으로 추진됐다. 이 사업은 정부와 민간이 총 473억원(정부 195억원, 민간 278억원)을 투자했고 2012년 9월 포항시 북구 흥해읍 남송리에서 기공식을 가졌다.

당초 2017년 12월까지 시험운전을 완료하고 상업운전을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2017년 11월 15일 포항에서 규모 5.4 지진이 발생하면서 가동이 잠정중단됐다.

비록 상업운전은 하지 못했으나 시험운전을 통해 2016년 1월 29일부터 2017년 9월 18일까지 주기적으로 땅에 물을 주입하고 빼내는 작업을 반복했다.

지열발전소는 지하 4㎞ 내외까지 물을 내려보내 지열로 만들어진 수증기로 터빈을 돌렸다. 이를 위해 땅속 깊이 들어가는 파이프라인을 깔아야 하는데 라인을 설치할 구멍을 뚫는 과정에서 물을 주입하고 빼는 작업을 반복했고, 이런 작업이 단층을 자극해지진을 촉발했다는 게 조사단의 판단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조사결과가 발표되자 곧바로 지열발전소 사업을 영구중단하고 포항지열발전소 부지를 원상복구하겠다고 발표했다.

정승일 산업부 차관은 이날 조사단의 발표와 관련한 긴급 브리핑을 갖고 “조사연구단의 연구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며, 피해를 입은 포항시민들께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공식 사과했다. 정 차관은 이어 “현재 이 사안에 대해 감사원의 국민감사가 청구돼 있다”며 “이와 별도로 정부는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개발 사업의 진행 과정 및 부지선정의 적정성 여부 등에 대해 엄정하게 조사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정부와 함께 민간 자격으로 지열발전 사업에 참여한 넥스지오는 지난해 1월 경영 악화로 회생 절차에 들어가 책임소재를 따지기에는 어려움이 따를 전망이다. 넥스지오는 지진이 발생하면 포항시 등 관계기관에 제대로 전달하지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11·15지진 지열발전 공동연구단’ 양만재 시민사회분과장은 “절차에 의해 지열발전소 근거리에서 규모 2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지자체에 통보하도록 돼 있다. 막상 2016년 12월 23일 규모 2.2의 지진이 발생했는데 포항시는 지진사실을 통보받지 못했다”며 “오히려 지열발전 연구 참여기관들은 12월 26일 포항시를 제외하고 정부에만 통보하는 지진강도 수준을 규모 2에서 규모 2.5로 전환했다”고 주장했다.

사법기관의 수사가 진행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포항에 10년 가량 앞서 지열발전 사업이 진행된 스위스 바젤의 경우 지난 2006년 12월부터 2017년 3월까지 규모 2.5 이상의 지진이 9번 발생하며 지진발생 원인에 대한 조사가 진행됐다. 특히 스위스 경찰은 규모 3.4 지진이 발생한 지 15분 만에 바젤 지열발전소 주관사 사무실을 찾아 관련서류 전부를 압수하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법당국은 포항지진 발생 이후 관련 기관에 대한 공식적인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양씨는 “이번 정부조사단의 발표에 따라 포항지진이 자연적으로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진 만큼, 책임소재를 분명히 규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포항지역 시민단체 등의 고발 이외에 수사기관 차원의 적극적인 수사가 진행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본지는 넥스지오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박동혁기자

    박동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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