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문 규

내 몸 속에 등나무가 자라고 있다

끝내 닿을 수 없는

하늘 집

하늘로 길 여는 것일까

영동군 학산면 조령

누구도 살지 않는

구멍 숭숭 뚫려 하늘 빤히 보이는

버려져 낡은 집

허물어진 담벼락 타고 올라

다시 기둥 세우고

썩어 내려앉은 서까래 갈아

지붕을 덮는다

흘러가는 봄날

비탈진 굽이마다

보랏빛 꽃등 내걸고

무심하게 피는 것일까

부딪치는 바람

흔들리는 만큼

세상의 경계를 지우는

꽃등 아래 서

내 시린 등이 따습다

시인은 자신의 몸 속에 등나무가 자라고 있음을 느낀다. 넝쿨의 촉수로 세상의 담을 넘어갈 수 있어 세상의 가파른 경계를 지우고 싶은 시인의 열망을 느낄 수 있다. 무한히 뻗어나가 하늘에 닿고 싶지만 땅에 발 붙이고 살아가는 인간의 운명적인 한계를 느끼는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