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들판마다 논밭갈이가 한창이다. 겨울을 갈아 봄을 마중하는 농부들의 부지런함에 자연은 봄꽃으로 화답하고 있다. 초미세먼지 등으로 얼굴을 가린 사람들과는 달리 자연은 시간이 다르게 환한 얼굴을 내밀고 있다. 자연의 꽃 잔치와 들판의 흥겨움은 바로 봄의 에너지이다.

에너지가 충만한 봄과는 달리 우리 사회는 여러 사건들로 에너지가 방전되었다. 이번 주말 필자는 지인들과 진지하게 토론을 하였다. 내용은 뉴스의 필요성! 필자는 뉴스가 절대 필요없다고 했고, 지인들은 사회 돌아가는 사정을 알기 위해서는 뉴스가 필요하다고 했다. 결론을 내리지 못한 토론이었지만, 세 가지 공통점은 도출했다. 첫째, 뉴스가 국민들의 힘을 빼놓는다는 것! 둘째, 뉴스만 보면 이 나라에는 희망이 전혀 보이지 않다는 것! 셋째, 뉴스가 뉴스의 본연의 기능인 객관적 보도에서 확실히 벗어나 편향적인 보도를 하고 있다는 것!

필자는 아이들과 텔레비전을 볼 때면 늘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혹시나 뉴스가 나올까봐. 어쩌다가 뉴스가 나오면, 그 내용이 서로를 비방(誹謗)하며 싸우는 정치 관련 뉴스이거나, 또는 정말 끝없이 재방송되는 것처럼 보이는 북쪽 관련 뉴스이면 필자는 아이들의 눈치부터 살핀다. 아이들의 표정은 금방 굳어 버린다. 그 표정은 마음 저 깊은 곳에서 나오는 불쾌감, 불신감, 혐오감 등이어서 필자는 아이들에게 늘 미안하다.

그런 아이들을 두고 필자는 일요일 오후가 되면 영천에 소재한 학교로 향한다. 필자가 있는 산자연중학교는 기숙사 학교이다. 전국에 주소지를 두고 있는 학생들은 일요일 밤이면 서울, 인천, 강원, 대전, 부산 등지에서 스스로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영천으로 온다. 그래서 필자를 비롯하여 산자연중학교 선생님들은 일요일 오후부터 학생들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이 번 주도 필자는 평소와 똑같이 일요일 오후에 학교로 왔다. 출근길에 어느 학교 정문에 걸린 “3월 인성교육 캠페인 <2013> 인성이 힘”이라는 가로펼침막을 무심결에 보았다. 순간 헛웃음부터 나왔다. 그리고 이 나라 학교에 인성교육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었다. 학교가 아니라 이 나라에 인성(人性)이라는 단어를 붙일만한 곳이 있는지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았다.

그런데 없었다. 필자가 모르는 어디선가 인성교육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인성교육진흥법이 태어난 국회와 국회의원들에게는 이 인성이라는 말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지금 학교 현장과 우리 사회에서 인성교육이 헛도는 것은 인성교육을 출발시킨 국회의원들부터 인성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법을 제정하는 사람들은 최소한 자신들부터 법의 내용과 관련해서 최대한 모범을 보여야 한다. 자신들이 만들어 놓고 자신들이 지키지 않는데, 어느 누가 그 법을 지키겠는가! 분명 인성교육진흥법은 국회의원들의 만장일치로 통과된 법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인성 지수는 어느 정도일까? 무너진 이 나라의 인성을 어떻게 하면 바로 세울 수 있을까? 잘은 모르겠지만, 이 방법은 어떨까? 국회, 정부, 법원, 경찰, 학교, 공공기관 등에 종사하는 사람들부터 해마다 인성교육을 필수적으로 이수하도록 하는 법을 만들면 어떨지! 그러면 최소한 이 나라가 지금과 같은 낯 뜨거운 사회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시험 공화국인 대한민국에는 인성조차 책으로 가르친다는 것이다.

다음은 얼마 전 교육부에서 “제2차 포용국가 실현을 위한 사회관계장관회의” 개최와 관련해서 보도 자료를 낸 내용 중 일부이다. “아이 한 명 한 명의 건강한 성장이 곧 가정의 행복이자 건강한 사회의 출발점” 참 좋은 말이다. 하지만 이 말에 앞서 국회의원들은 물론 사회관계 장관들부터 바른 인성을 가지겠다는 선서식을 하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