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15일 발생한 규모 5.4 포항지진은 지열발전소가 촉발했다는 정부연구단의 결론이 나왔다.

포항지진은 2016년 9월 경주에서 일어난 규모 5.8 지진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역대 두 번째로 컸던 지진이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포항지진과 지열발전과의 상관관계를 조사하기 위해 국내외 전문가로 구성된 ‘포항지진 조사연구단’을 구성하고 지난해 3월부터 약 1년간 정밀조사를 진행해 왔다.

대한지질학회는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의 조사 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공식 발표에 앞서 정부연구단에 참여한 해외조사위원회가 먼저 의견을 냈다.

해외조사위는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의 연관성을 분석하기 위해 포항지진 발생지 주변의 지열정(PX1, PX2) 주변에서 이뤄진 활동과 그 영향 등을 자체 분석했다”며 “PX-2(고압 물) 주입으로 이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단층대가 활성화됐고 이것이 결과적으로 본진을 촉발했다”고 밝혔다.

이어 발표에 나선 이강근 연구단장은 “‘유발지진’은 자극이 된 범위 내에서, ‘촉발지진’은 자극이 된 범위 너머를 뜻해 그런 의미에서 ‘촉발지진’이라는 용어를 썼다”며 “자연지진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날 지열발전소가 포항지진과 관련이 있다고 결론남에 따라 포항 시민들이 낸 소송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는 지열발전 프로젝트를 주관하고 예산을 지원한 국가 등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며, 11·15 지진·지열발전 공동연구단 역시 변호단을 구성해 포항지진과 직·간접적 관계가 있는 대상자들에 책임을 묻고 포항시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소송을 진행할 방침이다.

한편, 지열발전은 수㎞ 지하에 물을 넣고 땅의 열로 데운 뒤, 이때 발생한 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것이다. 4∼5㎞ 정도로 땅을 깊게 파는 데다 지하에 물을 주입하고 빼내는 과정이 있어, 지반이 약해지고 단층에 응력이 추가돼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

이에 2년 전 포항지진이 일어난 직후 과학계에서는 진앙(震央)이 지열발전소와 수백m 떨어졌다는 점 등을 들어, 지열발전소가 이 지진과 관련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이진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와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등이 참여한 국내 연구진은 이런 연구 결과를 작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하기도 했다. 반면, 물을 네 번 주입해 이런 지진이 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반론도 상존하고 있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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