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열발전과의 연관성 유무 결론 오전에 발표
‘자연 vs 인공지진’… 학계도 한 치 양보 없이 대립각
결과 따라 ‘수천억 손배소송·집단반발’ 엄청난 파장
정부합동조사단 491일 만의 결론에 각계 관심 고조

지난해 3월 발족한 정부합동조사연구단이 20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한국언론진흥재단 기자회견장에서 ‘포항지진과 포항지열발전의 연관성 분석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19일 오후 폐허처럼 방치된 포항지열발전소에 적막감만 감돌고 있다. /이용선기자

포항지진의 원인을 두고 논란을 빚어온 지열발전소 연관성에 대한 정부조사단의 조사결과가 20일 공개된다. 지난 2017년 11월 15일 발생한 규모 5.4 포항 지진 이후 491일만이다. 지난해 3월 발족한 정부합동조사연구단은 20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한국언론진흥재단 기자회견장에서 ‘포항지진과 포항지열발전의 연관성 분석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관련기사 4면>

이번 발표에 52만 포항시민을 비롯한 중앙정부, 학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결과에 따라 포항지열발전을 추진한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천억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 반대의 경우로 발표되면 포항시민과 이재민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 치의 접점도 없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자연지진설과 인공지진설의 진실이 결정된다.

이날 발표의 핵심은 역시 포항지진이 ‘천재(天災) 또는 인재(人災)’라는 사실적 확인이다. 자연지진은 말 그대로 포항지열발전소와는 상관없이 땅 속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한 지진이다. 포항지열발전소의 시범가동과 상관없이 동일본대지진(2011년 3월 11일)이나 경주지진(2016년 9월 12일)의 여파 또는 기타 자연적으로 단층운동이 일어나 포항지진이 발생했다는 자연지진설은 연세대학교 홍태경 교수의 주장과 맞닿아 있다.

인공지진(유발지진)은 포항지진이 인위적인 영향을 받아 발생한 지진을 뜻한다. 어떠한 ‘방아쇠(trigger)’가 매개체가 돼 지진이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포항지열발전소의 영향으로 결국 규모 5.4의 강한 지진이 포항에서 일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학전문 저널인 사이언스지에 관련 연구논문을 실은 고려대학교 이진한 교수를 비롯해 부산대학교 김광희 교수, 육군사관학교 오경두 교수 등은 포항지진 발생 직후부터 포항지진은 지열발전소에 의한 유발지진임을 주장해왔다.

양 측 주장이 엇갈리는 대목은 결국 포항지열발전소의 연관성 여부다. 포항지열발전소는 지난 2012년 10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포항시 북구 흥해읍 남송리 일원에서 지열발전을 위해 4㎞ 깊이로 시추공을 뚫었다. 이후 지난 2016년 1월 29일 첫 물 주입부터 지난 2017년 9월 18일까지 물 주입과 배출을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땅 속에 엄청난 영향이 가해져 지진이 일으났다는 것이 쟁점이다. 인공지진을 주장하는 쪽은 포항지열발전소 이전까지는 포항에 지진활동이 없었다는 점, 포항지열발전소와 포항지진 진앙지의 이격거리가 가깝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육군사관학교 토목환경학과 오경두 교수는 “포항지진은 역단층 운동, 다시말해 압축으로 인해 발생한 지진”이라며 “동일본대지진으로 한반도 지각이 동쪽으로 이동했는데, 이는 오히려 압축을 풀어준 효과다. 동일본대지진이 압축을 풀어줬는데, 동일본대지진의 영향으로 한반도 지각이 압축돼 포항지진이 발생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설사 동일본대지진의 영향을 받았다면, 포항 근방 땅 속에 있는 7㎞ 길이의 단층 모두가 다 비슷하게 압력을 받았어야 했다”며 “규모5.4의 포항 지진과 비슷한 규모의 지진이 7㎞를 이어가면서 계속 발생했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자연지진의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학계의 흐름은 인공지진쪽으로 조금씩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만, 직접적인 원인이 포항지열발전소라고 단정하는 ‘유발(誘發)지진’이 아니라 포항지열발전소가 포항지진에 어떠한 영향이나 자극을 가했다는 의미의 ‘촉발(觸發)지진’ 쪽으로 조사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정부 주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정부합동조사단의 한 관계자는 “산업통산자원부가 국가 연구개발(R&D)프로젝트로 넥스지오에 의뢰해 포항지열발전소를 지었는데,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출범한 정부조사단도 산업통상자원부가 출범시켰다는 건 고양이에게 쥐를 맡긴 격”이라며 “유발지진으로 결론내기엔 정부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어느 정도만 인정해 촉발지진으로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고 귀띔했다.

이번 정부 발표는 대한민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관심거리다. 그동안 지열발전으로 인한 유발지진은 대부분 규모2∼3 정도였다. 규모5.4의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으로 인한 유발지진이 확정될 경우, 이는 세계에서 지열발전의 유발지진 중 규모가 가장 큰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한편 경북매일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 한국언론진흥재단 기자회견장에서 개최되는 ‘포항지진과 포항지열발전의 연관성 분석 연구 결과’ 발표를 ‘경북매일신문 유튜브’로 생중계할 예정이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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