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4당이 선거제 개혁안에 합의해 ‘선거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공조하기로 했다.

그러나 뒤늦게 손익 계산에 빠진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이 무성한 뒷말을 양산하는 중이다. 자유한국당 역시 어깃장 심리에 푹 빠져 있고, 민주당은 ‘끼워팔기’ 욕심에 젖어 있다. 정치인들은 지금 각각의 동상이몽 속에 어질더분한 사리사욕의 콩밭을 헤매고 있다.

우리가 선택해온 승자 독식의 소선거구제는 필연적으로 민의를 왜곡한다. 지난 20대 총선이 최악의 사례다. 새누리당은 33.5%에 122석, 국민의당 26.7%에 38석, 더불어민주당 25.5%에 123석이었다. 전체 3위에 불과한 민주당이 무려 41%의 최다 의석을 챙겼다. 민주당의 제1당 등극은 민주적 대표성과 비례성을 왜곡한 참혹한 대가였다.

소수 정당인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정당 득표에서 각각 26.7%와 7.2%를 얻었지만 의석률은 12.7%와 2.0%에 불과했다. 국민의당은 무려 45석, 정의당은 17석 적게 배당받은 셈이다. 소수 야 3당은 표의 등가성을 높이기 위한 최적의 수단으로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해왔고, 민주당은 연동 수준을 낮추기를 희망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표심과 의석을 일치시키는 동시에 정치의 다원화를 뒷받침하는 장치다. 2015년 중앙선관위도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권고했다. 문제는 양당제의 달콤한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거대 정당들의 삿된 욕심이다. 거대 정당들은 의원 숫자를 늘리는 데 대한 민심의 거부반응을 어떻게든 이용하여 ‘승자 독식’의 꿀단지를 놓지 않으려고 한다. 한국당이 아예 의원정수를 10% 축소하고 비례대표를 없애자는 얄궂은 제안을 내놓은 배경도 여기에 있다.

여야 4당은 의원 정수를 300명으로 유지하면서 비례대표 의석을 28석 늘리는 안에 잠정 합의했다. 그러나 뒤늦게 소수정당의 이해득실 계산표가 다시 나오면서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자유한국당을 배제하고 달리려는, 소위 ‘패스트트랙’이라는 급행열차에 민주당은 ‘공수처법’을 끼워팔기로 함께 태우려고 하는 불순한 의도를 놓지 않고 있다.

제1야당 빼놓고 게임 룰 결정을 밀어붙이는 사상 유례없는 정치행태도 문제지만, 근본적으로 게임규칙을 선수들에게만 맡기는 구조 자체가 모순이다. 중앙선관위가 중심이 돼서 국회의석을 가진 정당에서는 단 1명씩만 위원회에 참석시키고 과반수를 중립적인 외부 전문가로 ‘선거제도개혁위원회’를 구성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일각의 아이디어에 동의한다. 정치인들은 이 나라 민주주의 발전을 정직하게 다시 생각해야 한다. 소인배적 협잡이 난무하는 정치권의 선거제 개혁안 논란이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