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일이나 음모가 끊임없이 행해지고 있는 악의 근거지를 두고 복마전이라 부른다. 보통 우리사회의 부정부패나 비리의 온상지를 이렇게 비유해 말한다.

복마전은 수호지에서 따온 말이라 한다. 북송시대 인종 때 일어난 일이다. 나라에 전염병이 돌자 왕의 심부름으로 산중에서 수도 중인 도사의 기도를 부탁하러 갔던 신하가 도사가 자리를 비운 사이 복마지전의 문을 열게 된다. 주변의 만류에도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부하는 그 안에 있던 비석(碑石)을 들추게 된다. 그러자 세상을 어지럽힌다는 마왕 108명이 뛰쳐나왔다. 뒷날 이들은 나라에 큰 소동을 일으키며 백성들을 불행하게 하는 후환이 되고 만다는 이야기다.

동양에 복마전이 있다면 서양에는 판도라 상자가 있다. 판도라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최초의 여성이다. 제우스 신이 인간을 벌하기 위해 진흙으로 빚어 인간으로 태어나게 한 인물이다. 판도라는 어느 날 온갖 불행과 질병, 고통이 담긴 상자의 뚜껑을 열게 된다. 판도라가 호기심으로 연 상자에서 세상의 불행이 바깥으로 나오게 된다. 인류의 모든 재앙은 이 상자를 열면서 시작됐다는 것이다. 클럽 버닝썬 사태로 드러난 유명 연예인의 일탈행위가 일파만파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마치 영화 속 이야기처럼 들리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세상은 정말로 요지경이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부정과 비리, 음모와 결탁, 불의가 난무하는 현실 등 온갖 추잡한 세상 일들을 모두 이곳에 한꺼번에 모아 둔 것 같다. 복마전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싶다.

사태의 확산을 두고 점입가경(漸入佳境)이라 부르는데, 맞지 않는 표현이다. 좋은 일이 거듭될 때 점입가경이지 적확하게 표현한다면 점입추경(漸入醜境)이라는 말이 옳다. 갈수록 아름다워지는 것이 아니며 갈수록 추악해진다는 뜻이다. 마치 막장세상 같다. 그들에겐 얼마나 호사스러운 세상인지 모르나 그들의 놀아나는 모습을 보면 막장 인생이 따로 없다. 버닝썬 사태를 단순히 유명 연예인의 일탈로 보기에는 우리 사회가 너무 혼탁하다. 돈이면 무엇이든 다 된다는 사고 정말로 경계할 때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