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키 산맥으로 보내진 아이리쉬 울프하운드가 1892년 “한 해 겨울 동안 혼자서 늑대를 사십 마리나 죽였다”는 이야기가 알려져 큰 놀라움을 준 적이 있었다. 늑대나 다른 큰 동물들을 사냥하는 개로 이름을 날렸었지만, 최근에는 “개 세계의 점잖은 거인”으로 불리면서 아이들과도 잘 지내고, 반려견으로 잘 길러지고 있는 아이리쉬 울프하운드는 어떤 개 일까?

아이리쉬 울프하운드(Irish wolfhound)는 개 품종 중 초대형견에 속하는데, 지면에서 어깨까지의 높이인 체고가 70~100㎝, 몸무게 40~82㎏ 정도로 알려져 있다. 체고가 1m가 넘는 것들도 있고 머리에서 꼬리까지 체장이 2m가 넘는 개체도 있다. 이 개는 아일랜드의 국견(國犬)이다. 아일랜드는 영국의 서쪽 아일랜드 섬 대부분을 통치하는 섬나라로, 면적은 대한민국의 70% 정도이다. 유럽 대륙과 브리튼 섬에서 로마인, 게르만족 등에 밀려난 켈트족이 마지막까지 버틴 지역이다.

아이리쉬 울프하운드.
아이리쉬 울프하운드.

아이리쉬 울프하운드는 고대 로마 시대의 기록에도 남아 있을 만큼 아주 오래된 견종이다. 퀸투스 아우렐리우스 심마쿠스라는 로마 집정관에 관한 기록을 보면, 393년에 그가 자기 형제에게 아이리쉬 울프하운드 일곱 마리를 로마로 보내 준 데 대해 감사를 전하는 편지를 쓴 내용이 나온다. 심마쿠스는 그 편지에서 “모든 로마 사람들이 경탄스러워하는 눈으로 그 개들을 보면서, 그 개들이 틀림없이 쇠우리에 갇혀서 여기까지 운반되어 왔을 것이라고 상상하더군”이라고 쓰고 있다. 로마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그 개들은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까?

이 개들은 사실 고대 아일랜드의 전투견 후예인데, 아일랜드의 쿠 쿨린 전설에 나오는 맹견이 아이리쉬울프하운드의 선조이다(쿠 쿨린의 ‘쿠’가 고대 전투견들을 의미하는 단어였다). 주로 늑대와 엘크 사냥에 이용됐던 초대형 수렵견으로 알려져 있으며, 로마시대 전쟁 때 말에서 적을 끌어내리는 역할을 했다고도 알려져 있다. 유럽의 설화나 전설과 무용담, 이야기 등에 자주 등장했으며 시인들의 작품에도 종종 묘사될 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었다. 아일랜드의 왕과 귀족들만 아이리쉬 울프하운드를 가질 수 있는 법률까지 만들었을 만큼 상류층에서의 인기는 대단했었다. 1500년대에 크롬웰이 아이리쉬 울프하운드의 수출 금지령을 내렸던 기록이 남아 있다.

아이리쉬 울프하운드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하운드는 사냥개를 뜻한다) 아일랜드라는 섬나라의 늑대를 사냥하기 위한 견종이었는데, 전투력과 덩치로 늑대 멸종에 혁혁한 공을 세웠지만 아일랜드에서의 늑대 멸종으로 인해 필요성이 없어져 기피되기도 했었다. 아일랜드의 늑대와 엘크의 멸종이 시작되며 아이리쉬 울프하운드 역시 1800년대 초에는 살아있는 아이리쉬 울프하운드를 거의 보지 못할 정도로 멸종위기가 있었다. 1862년 영국의

이동훈
이동훈

군인 조지 그레이엄에 의해 견종 표준이 만들어지고, 그레이엄 선장이 일생동안 이 혈통을 회복시키려 노력하여 아이리쉬 울프하운드가 다시 만들어 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스코티시 디어 하운드와의 개량이 있었는데, 이 때문에 전투견과 늑대사냥개로서의 공격성이 크게 순화되어 현대의 아이리쉬울프하운드는 젠틀 자이언트로 불리는 온순한 개가 되었다. 아이리쉬 울프하운드는 최고의 속도와 힘을 겸비한 경주견이기도 한데, 경주용 개들과 하운드 그룹 중에서 가장 큰 개다. 생김새는 그레이하운드를 닮았지만 마스티프나 불독과 싸워도 지지 않을 만큼 강인한 기질을 지니고 있다. 덩치는 크지만 공격적이지 않기 때문에 반려견으로도 적당하다.

아이리쉬 울프하운드는 몸과 다리 머리 털이 거칠고 뻣뻣한 편이다. 모색은 회색, 붉은색, 검은색, 황금색이나 흰색등이 있으며 수명은 8년정도로 다른 개에 비해서 조금 짧다. 아이리쉬 울프하운드는 짖는 일이 별로 없으며 강인하고 조용한 타입이다. 하지만 짖을 때는 오래 기억에 남을 만한 굵고 우울한 소리를 낸다. 아이리쉬 울프하운드가 걸리기 쉬운 질병으로는 고관절 형성 장애와 백내장 등이 있다.

/서라벌대 반려동물연구소 소장(마사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