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한국은행 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
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

2017년 11월 15일 포항의 역사에 하나의 선을 그은 포항지진이 발생한지는 불과 1년 4개월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입장에 따라 체감하는 정도에는 큰 차이가 있을 것임에 틀림없다. 아직도 지진에 따른 피난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 포항지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일 것이다. 오랫동안 생고생을 하면서 대학입시를 준비하였던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수험생들은 어쩌면 자신의 예상과 다른 대학에서 공부하면서 인생이 바뀌게 되었다고 분통을 터트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미 포항지진을 겪고 난 이후 불안에 떨면서 포항과 인연을 끊은 사람도 있을 것이며, 반대로 위기는 기회이고 이참에 부동산가격이 하락한 것을 계기로 포항을 은퇴지로 삼아 이전해온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떠한 사건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그로 인한 작용과 반작용이 각자 처한 상황과 인식에 따라 다양한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아마도 오늘 예정대로 정부합동조사단에서 포항지진의 발생 원인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하게 될 것이다. 지진이라는 것은 지층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에너지의 축적과 계기로 인해 지각에 영향을 주는 그야말로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하는 보고서에서 자연적인 발생이냐 아니면 어떠한 사유로 인해 그것이 인위적인 영향으로 인한 유발지진이냐 하는 데 대해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포항시민은 물론 지질학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는 또 다시 활발한 논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학자들의 입장에서야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이 하나의 현상에 대해 새로운 지식적인 데이터를 입수하여 학문적 성과를 높이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앞으로 이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며,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물적,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에도 이 원인규명이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당연히 얻는 자가 있으면 잃는 자도 있기 마련이므로 이번 정부의 발표로 인해 당분간 포항 시내가 들썩일 가능성은 크다.

지진발생의 원인은 반드시 규명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책임한계와 그 책임의 소재에 대한 논의도 결론을 내리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철저한 규명과 앞으로의 대처방안을 마련하여 시민의 안전을 도모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러나 거기에만 몰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앞으로 포항을 어떠한 도시로 만들어나갈 것인지, 포항은 과연 지진이 발생하였던 도시였는지 조차 의심이 들 정도로 면목을 일신해야만 한다. 지금 포항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후손의 미래를 위해 충분하게 고민하고 노력해야할 시기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제 우리 모두 한 발자국을 더 내딛자. 그렇게 수많은 지진이 매일같이 발생하고 있는 이웃 일본의 경우에는 매년 해외에서 방문하는 관광객이 지속 증가하고 있다. 어떤 지역은 지진이 발생하는 상황을 진도별로 체험하는 체험관을 운영하기도 한다. 결국 인간은 용감한 동물인 셈이다. 단순히 지진이 자연적으로 발생하였건 인위적인 개입이 있었건 그 원인을 불문하고 지진과 무관하게 전혀 다른 시각에서 포항 전체의 도시 분위기를 일신하는데 노력하여야만 한다. 우리나라가 전후 한국전쟁의 폐허에서 전쟁의 아픔과 고통, 슬픔에만 잠겨있었다면 이른바 ‘한강의 기적’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시민은 물론 우리 모두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신선한 아이디어를 모으고 내국인 외국인 모두 편안하게 포항을 방문할 수 있도록 서로 협력하고 돕는다면 마찬가지로 포항지진의 아픔과 피해에서 우리 모두 탈출하여‘형산강의 기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