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 시장이 정체하면서 전셋값 하락 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셋값이 더 떨어지면 일부 가구에서 임대보증금 반환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19일 ‘최근 전세 시장 상황 및 관련 영향 점검’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전셋값 10% 하락 시 전체 임대 가구의 1.5%인 3만2천가구는 금융자산 처분, 금융기관 차입으로도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은행이 통계청, 금융감독원과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약 211만 임대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다만, 부족 자금 규모는 크지는 않은 편이었다.

3만2천가구 중 71.5%는 2천만원 이하가 부족할 것으로 추정됐다. 2천∼5천만원 부족은 21.6%, 5천만원 초과 부족은 6.9%로 분석됐다.

임대 가구의 대부분인 92.9%는 전셋값이 10% 하락하더라도 금융자산 처분으로 보증금을 반환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6%는 금융자산 처분만으로 부족해도 금융기관 차입을 받으면 보증금을 반환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후속 세입자를 구하지 못할 정도로 주택 시장 상황이 좋지 않으면 금융자산 처분, 금융기관 차입으로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는 비중은 14.8%로 치솟을 전망이다.

최근 주택 시장 상황을 볼 때 전셋값 10% 하락은 가능성이 적지않다.

입주 물량 확대, 일부 지역 경기 부진, 그간 상승에 따른 조정 압력으로 올 1∼2월 거래된 아파트 중 전셋값이 2년 전보다 하락한 곳은 52.0%였다.

그 중 10∼20% 하락한 아파트는 14.9%, 30% 이상 떨어진 아파트는 4.7%로 비중이 상승세였다.

한은은 임대인의 재무 건전성, 임차인의 전세대출 건전성을 고려할 때 전셋값 조정에 따른 금융 시스템 리스크는 현재로서 크지 않다고 진단하면서도, 전세금 반환 능력이 약화하고 있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 관계자는 “전셋값이 큰 폭으로 하락한 지역이나 부채 레버리지가 높은 임대 주택 등을 중심으로 보증금 반환 관련 리스크가 증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이 경우 전세 매매시장 위축, 금융기관 대출 건전성 저하, 보증기관 신용리스크 증대로 전이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고세리기자 manutd2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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