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민 호

이 봄날 게으른 햇살 속에

꽃은 떨면서 피고 있다

발가벗은 알몸으로

꽃은 주저리 져 피고

꿀벌 한 마리 꽃잎에 들어 앉아

종일토록 떠날 줄 모른다

꿀벌도 꽃이 되는 날에는

먼 산엔 우내가 자욱하다

꽃이 옷을 벗는 것은 순수한 일

봄날에는 꽃도 옷을 벗고 피어난다

시인은 왜 알몸으로 꽃을 피운다고 표현했을까, 알몸은 꾸밈이나 가식이 없는 순수하고 참됨을 의미한다. 시인의 평생 시업(詩業)에서 추구해온 순진무구의 세계는 바로 정결한 정신세계를 말하는 것이리라. 그런 순수함이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난 세계 속에 시인은 벌이 되어 오래오래 자연에 동화되려는 욕망과 의지를 펴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