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부산·울산·경남) 더불어민주당 지자체장들이 김해공항 확장 폐지를 주장하면서 영남이 또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는 부산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으로 촉발된 영남권 신공항 논란은 순식간에 정치 쟁점으로 재부상하는 중이다. 정권과 단체장이 바뀔 적마다 국책사업을 흔들어대는 미개한 정치놀음은 결코 옳지 않다. 민심을 갈가리 찢어발기는 치졸한 분열 책동은 즉각 중단돼야 마땅할 것이다.

오거돈 부산시장과 송철호 울산시장, 문승욱 경남도 경제부지사 등 부·울·경 단체장들은 1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해신공항은 국민 생명과 안전을 볼모로 동남권 미래를 수렁에 빠뜨린 박근혜 정부의 잘못된 결정”이라며 김해신공항 반대와 동남권 관문공항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김해신공항 사업은 많은 시간과 엄청난 예산을 낭비하며 국민을 고통받게 할 제2의 4대강 사업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대구·경북 국회의원 22명이 ‘문재인 대통령의 가덕도 신공항 재검토 시사 발언’ 진의를 묻는 공개질의에 대해 ‘국토부가 설명할 것’이란 무성의한 답변을 내놨다. 주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 수십 명이 연명해 질의한 사안에 대해 청와대가 20여 일 만에 해당부처에 떠넘기는 내용을 담은 공문 한 장을 팩스로 보낸 것은 오만의 극치이자 수상한 행동이다. 청와대가 이렇게 나오는 데는 분명 무슨 곡절이 있을 것이다.

‘가덕도 신공항’ 시나리오는 이미 호사가들의 입줄에서 무르익고 있다. 힌트는 문 대통령의 ‘국무총리실에서 결정하면 된다’는 식의 발언에 다 나왔다. 국토부는 일단 ‘김해공항 확장’ 입장이 불변임을 말하고 있으나 말을 뒤집을 시점만 기다리고 있을 게 뻔하다. 때마침 장관도 바뀌는 중이다. 지역여론이 갈리고 국토부 처지가 난해하다는 이유를 들어, 국무총리실이 관리하도록 만들면 그만이라는 교졸한 아이디어로 읽힌다.

지난 2015년 1월 19일 대구·경북·경남·울산·부산 등 5개 광역시·도의 단체장들이 당시 첨예하게 대립하던 신공항의 성격과 규모, 기능 등에 관한 사항을 정부에 일임하기로 합의하고 정부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며 유치경쟁 등을 하지 않기로 했던 약속이 떠오른다. 그랬던 지자체들이 정권과 단체장 소속정당 바뀌었다고 지역이기주의에 빠져 손바닥 뒤집듯 국책을 바꾸려는 획책이 과연 온당한 일인가.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언급하며 선동부터 앞세우는 꼴을 보면 부·울·경의 주장은 시작부터 시커먼 ‘정치공세’다. 나라를 이렇게 이끌어가서는 안 된다. 민심을 갈라쳐서라도 오직 권력만을 차지하겠다는 위정자들의 음모는 망국적 농간에 지나지 않는다. 이건 정말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