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아세안 순방외교
문재인 대통령의 아세안 순방외교
  • 등록일 2019.03.18 18:51
  • 게재일 2019.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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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구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 10일부터 일주일 동안 브루나이·말레이시아·캄보디아 등 3국을 방문하였다. 이번 아세안(ASEAN: 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 순방외교는 2017년 11월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인도네시아·베트남·필리핀을 방문한 이후 두 번째로서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남방정책’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신남방정책은 문 대통령이 인도네시아 방문에서 사람(People)·평화(Peace)·번영(Prosperity) 등 이른바 ‘3P’를 중심으로 인도 및 아세안 회원국들과의 정치적·경제적·전략적 협력관계를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주변 4강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것을 천명한 외교정책 선언이다. 이 정책은 그동안 강대국에 편중된 한국외교의 다변화를 모색함으로써 우리의 외교적 입지를 확대하고 이를 통하여 강대국이 지배하는 국제정치에서 한국의 자율성과 발언권을 제고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번 순방은 신남방정책의 지속적 추진을 위한 구체적 실행외교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과거 정부에서도 유사한 정책선언들이 있었으나 지속적인 후속조치들이 미흡했던 반면에, 현 정부에서는 대통령이 신남방정책의 구체적 청사진을 밝힌 후 또 다시 아세안 국가들을 방문하여 협력강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평가할만하다. 또한 올해는 우리가 아세안과 대화관계를 수립한지 30주년을 맞이하여 제3차 ‘한·아세안 특별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 아세안측 대화조정국인 브루나이를 직접 방문하여 사전에 협의하였다는 점도 시의적절한 조치였다.

그럼에도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남방정책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여전히 해결해야할 과제들이 적지 않다. 우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신남방정책이 ‘일회성 외교 이벤트’가 아니라 실질적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제도적 장치와 전문가그룹의 역할이다. 이미 신남방정책을 지원하기 위하여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에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가 설치되어 있지만, 이 위원회가 제 기능을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최근 이 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던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50, 60대는 댓글 달지 말고 아세안에 가라”는 막말파문으로 경질됨으로써 한 동안 신남방정책의 차질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외교정책은 대통령의 정책선언이나 일회성 순방외교로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과 아세안의 협력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 회담, 즉 외교부를 비롯한 관계부처 각료회의, 고위관료회의 등 실무적 차원의 외교가 지속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양측이 서로 다른 입장과 이해관계를 조율해 나가면서 상생과 번영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전문가그룹의 자문도 절실하다. 게다가 실용성과 중립성이 강한 아세안 국가들과의 대화에 있어서는 이념적·정치적 색채가 강한 사람들보다는 실용주의적 전문가들이 문제해결에 유리하다. 이 점은 이념적 성향이 강한 참모들에 둘러싸여 있는 문 대통령으로서는 특히 명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아가 향후 아세안 국가들에 대한 신남방정책은 그 구체적 미래비전이라고 할 수 있는 ‘한·아세안 미래공동체 구상’이 보다 명확한 지향점을 설정하고 상호관계가 양적 성장과 함께 질적 도약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추진되어야 한다. 한·아세안 관계는 지난 30년 동안 양적으로는 크게 성장하였으나 그것이 질적 심화로 연계되지 못하였다. 그 이유는 우리의 인식과 접근방법이 그들과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아세안의 국제협력은 이른바 ‘아세안 방식(ASEAN way)’, 즉 주권존중, 협의를 통한 합의(consensus), 조용한 외교(quiet diplomacy), 비공식적 접근 등을 중요한 특성으로 하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신남방정책의 추진에 있어서도 지피지기(知彼知己)의 자세는 성공의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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