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스트랙은 국내 정치에서 국회에서 발의된 안건의 신속처리를 위한 제도로, ‘안건 신속처리제도’라고도 불린다. 국회법 제85조의 2에 규정된 내용으로, 발의된 국회의 법안 처리가 무한정 표류하는 것을 막고, 법안의 신속처리를 위한 제도다. 경제 분야에서는 일시적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한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을 가리키며, 기업이 은행에 패스트트랙을 신청하면 은행은 기업의 재무 및 경영 상태를 심사해 A∼D 등급을 판정하게 된다. 국제 분야에서는 미국 행정부가 국제통상 협상을 신속하게 체결할 수 있도록 의회로부터 부여받는 일종의 협상특권을 지칭한다. 무역촉진권한(TPA·Trade Promotion Authority)으로도 불린다. 의회가 대통령에게 신속협상권(Fast Track) 권한을 부여한 경우, 의회는 행정부의 협상 결과를 일정기한(90일) 내에 수정 없이 찬반결정만을 하게 된다.

요즘 핫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정치분야 패스트 트랙이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선거제 개혁 단일안을 도출하고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을 추진하고 있어 국회가 시끄럽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야 3당은 최근 ‘지역구 225석·권역별 비례 75석 고정·연동률 50% 적용’을 핵심으로 한 선거제 개혁 합의안을 정당별 추인을 거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 등 개혁법안과 함께 패스트트랙에 올릴 작정이다. 한국당은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공조에 강력히 반발하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역시 선거제에는 합의했지만 총선을 앞둔 시기에 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데는 부정적인 여론이 많아 실제 패스트트랙으로 처리될 지는 불확실하다.

당리당략으로 싸우느라 꼭 처리돼야 할 민생법안의 통과가 하염없이 늦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민감한 시기에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선거제를 바꾸는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려는 것은 그리 현명치 않아 보인다. 국회판 레드테이프를 막기 위한 패스트트랙이 다수결의 독재에 쓰였다는 비판을 받아서야 되겠는가.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