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재국회의원
김정재 국회의원

포항지진 발생 후 어느덧 세해째를 맞고 있다. 난생 처음 겪은 재난임에도 불구하고 포항 시민들이 보여준 침착함과 단결된 모습은 재난 대응의 모범사례라 할 만큼 높은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항상 진심어린 존경의 마음으로 감사드리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의 침착함 뒤에는 겉으로 드러난 상처뿐 아니라, 드러나지 않은 내상까지도 지역 곳곳은 물론 시민들 가슴 그대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지난날의 재난쯤으로 여기기에는 너무도 깊고 아픈 상처들이다. 지난 1년 4개월의 노력을 돌아보면, 포항의 깊은 상처만큼이나 이를 이겨내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너무도 절박하고 처절한 몸부림의 수준이었다.

원인규명을 위한 노력부터 체계적 재난대응 시스템 구축과 현실적 재난지원을 위한 노력까지, 그간 우리의 노력은 반드시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 단순히 일회성 사업이나 예산지원에 그쳐선 안 된다.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나라,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만이 지금껏 흘려온 포항의 피와 땀에 대한 보상과 성과라 할 것이다.

이제 포항지진의 복구와 극복은 달성해야 할 ‘목표’가 아닌, 관리해 나아가야 할 ‘과제’가 되었다. 이는 궁극적으로 정부와 국가가 나서야 할 재난관리의 과제라 할 것이다. 재난관리의 핵심은 원인 규명이다. 제대로 된 원인 규명만이 재난의 반복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는 20일, 정부합동조사단의 지진원인 조사결과 발표가 있을 예정이다. 포항지진이 발생한지 만 1년 4개월, 정부 합동조사단 구성 1년만의 발표이다.

조사발표의 핵심은 포항지진과 지열발전과의 연관성 유무이다. 조사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조사결과는 크게 두 가지로 예측해볼 수 있다. 하나는 일부 또는 상당 수준의 연관성을 입증함으로써 지열발전에 따른 유발지진으로의 결론일 것이다. 이 경우, 포항지진은 자연재난이 아닌 인재라는 결론에 다름없다. 전적으로 정부의 책임인 것이다. 정부는 물론 시행업체인 넥스지오가 물적·정신적 피해배상의 책임을 져야 한다. 우리는 곧바로 법적·행정적 절차를 밟아가야 한다.

다른 하나는 미미한 수준의 연관성 또는 연관성 없음을 입증함으로써 자연지진으로의 결론일 것이다. 만에 하나라도 이러한 결론이 날 경우, 포항시민은 결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즉시 지진 원인규명을 법정 투쟁으로 옮겨가야 한다.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를 각오하고 치열하게 투쟁해 나가야 한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둘 중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이는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마침표가 될 것이다. 새로운 단락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 두 경우 모두 시민의 하나된 목소리가 필수적이다. 다시 한번 시민의 단결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 조사단 발표 이후 진행될 법적·행정적 대응을 위한 시민대표단 구성이 시급하다. 법조계와 학계의 전문가를 비롯한 시민단체가 함께하는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이에 범시민대책기구의 발족을 제안하는 바이다. 하루 속히 대책기구의 활동방향과 구성에 대한 논의가 시민 주도로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 범시민대책기구 활동의 성패는 시민의 절대적 지지와 공감대에서 시작된다. 필자를 비롯한 지역 국회의원은 물론 지역 정치인들의 초당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작은 분열도 있어서는 안 된다. 오직 하나 된 단결과 끊임없는 소통만이 재난극복의 새로운 시작을 성공으로 이끌 것이다. 부디 재난극복의 새로운 이정표가 포항 땅에서 수립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