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학 연구실에서 초콜릿 쿠키 굽는 냄새가 은은하게 퍼집니다. 연구자는 실험 대상을 두 그룹으로 나눕니다. 한 그룹에게는 초콜릿 쿠키를 맘껏 먹도록 합니다. 반면 다른 한 그룹에게는 초콜릿 쿠키를 먹지 못하게 금지하는 대신 얇게 자른 씁쓸한 무를 억지로 먹게 합니다.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이들에게는 풀기 어려운 문제가 주어집니다. 연구자는 두 그룹 학생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문제를 푸는데 에너지를 쏟는지 측정합니다.

쿠키를 먹은 학생들은 평균 19분 가량 문제 풀이에 시간을 투자합니다. 반면 쓴 무를 먹게 한 그룹은 겨우 8분 정도 문제를 풀다가 중도에 포기해 버리고 말지요. 19분과 8분. 의미있는 격차가 발생합니다. 이번에는 음식을 차려 놓지 않고 평균적인 학생들을 실험대상으로 불러 모아 문제를 풀게 합니다. 그들이 문제를 붙잡고 씨름하는 시간 역시 평균 19분입니다.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의 부부 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와 다이엔 타이스가 진행했던 실험으로 ‘의지력’은 과연 고갈되는 자원인가를 입증해 보는 실험입니다.

쿠키가 코 앞에서 식욕을 자극하는데 먹지 말 것을 강요당한 학생들은 맛없는 무를 먹으면서 쿠키를 한 입만 먹으면 좋겠다는 욕구와 씨름하지요. 식욕을 참는 것은 상당한 의지력을 요구합니다. 이들이 문제를 푸는데 불과 8분 밖에 집중할 수 없었던 이유는 쿠키를 먹고 싶은 욕구를 참느라고 의지력을 이미 상당부분 고갈시켰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연구자는 이 효과를 ‘자아의 고갈’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인간 의지력은 한정적 자원이고 의지력을 쓰는 빈도에 따라 총량이 감소한다는 겁니다.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여러 행위들은 의지력의 고갈을 불러옵니다. 예를 들면 독서입니다. TV나 인터넷의 유혹, 스마트 폰의 달콤함을 참으면서 책에 집중하는 일이 힘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거지요. 스마트폰이 갓 구운 쿠키라면, 책은 쓰디 쓴 무 아닐까요? 지혜의 산삼에 비유되는 고전은 씁쓸하고 맛이 없습니다. 한참을 씹어 먹어야 깊은 향과 맛을 느낄 수 있겠지요.

한정적 자원인 ‘의지력’을 고갈시키지 않으면서 의미있는 행동을 반복하기 위해서는 이를 ‘습관’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 좋은 방법입니다. 비록 초기에 투자해야 하는 에너지가 막대하기 때문에 실패할 확률이 높지만 말입니다. 약간의 어려움이 있다 해도 이 아름다운 봄날에 어떤 좋은 습관을 만드는 일에 에너지를 투자할 것인지 고민하는 하루는 어떠신지요? /조신영 인문학365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