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여동 해안가·설머리 일원 등 버려진 그물·통발 ‘흉물’ 방치
시·해양청 등 처리비 수억 투입하고도 개선 안돼 예산낭비 지적

14일 포항시 북구 두호동의 한 방파제에서 폐그물과 통발이 방치돼 시민들의 통행을 방해하고 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포항지역 해안가 일대가 폐그물과 폐어구, 쓰레기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14일 포항시 북구 동빈내항에서부터 환여동 일대 해안가를 확인한 결과 버려진 그물과 통발 등 폐어구가 곳곳에 널려 있었다. 일부 인근 어민들은 어구를 새것으로 교체하면서 기존에 사용했던 어구를 폐기처분 하지 않고 항포구를 중심으로 쌓아놓고 있었다. 특히 물회특구로 지정돼 관광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영일대해수욕장 인근 설머리 일원의 모래사장에도 폐그물을 비롯한 쓰레기들이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어 미간을 찌푸리게 했다. 이렇게 장시간 방치된 폐어구와 쓰레기는 미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악취도 심해 인근 주민들과 관광객들의 불만이 높았다.

인근 주민 김모(70)씨는 “항구도 아닌 모래사장에 폐그물과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 있는 모습을 볼 때면 행정력이 이곳까지 닿지 않는 것 같다”며 “포항의 이미지가 더 나빠지기 전에 빠른 조치를 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확인결과 포항시와 포항지방해양수산청은 폐어구 수거 등의 해안가환경정비와 관련해 2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고 있었지만, 현장의 상황이 전혀 나아지지 않아서 예산만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마저 일고 있다.

포항시는 올해 폐어망·폐어구 수급비로 1억5천만원(도비 9천만원·시비 6천만원)을 편성했다. 이 예산은 읍·면 지역의 어촌계로 재배정돼 어촌계회원들이 해안정비 청소작업을 하는 데 사용하게 된다. 포항해양지방수산청도 해양수산부로부터 연간 6천만 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폐기물 처리비용으로 사용하고 있고, 그 중 일부 예산을 폐어구와 폐그물 처리 비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행정 당국은 예산과 별도로 폐어구 수거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개인의 사유재산이어서 함부로 치울 수 없다는 것.

포항시 관계자는 “어민들이 버린 것이 아니라 보관했다고 항의하면 어구 값을 물어줘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포항지방해양수산청 관계자는 “시민들의 민원이 들어오게 되면 주기적으로 폐그물을 치우고 있다”면서 “두호동 어촌계장과 연락해본 결과 쓰레기가 많이 모여 있는 곳은 폐그물과 쓰레기를 한 번에 치우려고 모아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국내 연근해에서 사용 후 방치되는 폐어구는 연간 4만4천t에 달하고 있다. 수거율이 약 57%에 불과해 어구실명제 확대 등을 비롯한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