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3명이 사망하고 80여 명의 사상자를 낸 대구 중구 대보사우나 화재는 인재(人災)였다. 대구 중부경찰서는 13일 이 사고와 관련 사우나 업주 등 3명을 구속하고 상가 관계자와 소방공무원 등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수사결과 이 화재는 건물 등의 노후화로 오작동이 잦은 경보기를 꺼둔 데다가 화재예방책도 허술하기 짝이 없었고, 소방공무원의 허위공문서 작성까지 겹친 종합판 인재였음이 드러났다.

우선 사우나 업주 등의 소홀한 전기 및 소방시설 관리가 피해를 키운 사실이 밝혀졌다. 경찰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한 대보상가는 상가 운영관리위원장의 친척을 형식적인 등록 절차만 밟아 소방안전관리자로 세웠을 뿐, 업무를 전혀 하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특히, 노후화로 인한 잦은 경보기 오작동에 업주 상인과 손님들의 항의가 심해지자 상가 관리자가 임의로 일부 화재경보기 작동을 아예 차단했다고 하니 기막힐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좁은 비상통로의 적치물과 비상구 유도등 앞에 설치된 이발소도 사우나 이용객들의 대피를 방해한 요인이었다. 소방공무원 2명이 소방시설 점검 지적사항 조치 명령 이행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도 한 것처럼 결과보고서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사우나 업주가 평소 화재 대처요령 등을 아예 가르치지 않아 직원들이 소화기 사용법조차 알지 못하는 바람에 초기 대처 부실로 인해 피해가 확산된 것으로 조사됐다.

초기 진화를 도울 스프링클러가 법규의 사각지대에 있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판매업 등으로 허가가 난 해당 주상복합건물 1~3층에만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었고, 1980년 9월 ‘목욕장업’으로 이용허가를 받은 4층 사우나(913.89㎡)는 소방시설법 시행령상 간이 스프링클러 시설 의무 설치 기준(1000㎡ 이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노후시설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이 시급하다는 교훈을 남겼다.

발화지점은 구둣방 왼쪽 벽면 아래에 설치된 2구 콘센트로 밝혀졌다. 콘센트 안에서 ‘트래킹’(tracking 절연체 표면이 분진이나 수분 등에 의해 오염되거나 손상된 상태에서 전류가 흐르면서 일어나는 미세한 발열 또는 발광 현상) 및 전선단락 등이 복합적으로 일어나면서 전기적인 열이 발생한 것으로 결론이 지어졌다.

대보사우나 화재는 그 원인이 노후한 건물의 업주 등 관계자들의 부주의와 대비책 미비, 소방공무원의 과실 등 인재(人災)의 종합세트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책임자들을 처벌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재발 방지를 위한 종합적이고도 정밀한 대책 마련이 더 중요하다. 교훈을 명심해 철두철미한 예방정책을 세우고 실천하는 것이 희생자들의 넋을 조금이나마 위로하는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