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주년 포항 죽도시장을 가다
평년 하루 3만 명 찾아 ‘연매출 1조5천억원’
물회·과메기·대게·문어·개복치 등 최고 인기
市, 500여억원 투입, 시설․경영현대화 이뤄

썰렁한 포항죽도시장 어시장 거리.
상인들이 오후 6시가 넘어서자 대부분 귀가해 버려 썰렁함을 주고 있다.

 

“장사시작 이래 최악”… 작년의 ‘1/3 수준’ 뚝
“지진 이어 경기침체에 보릿고개 연상” 아우성
“유독 포항 심해… 지진후유증 극복 등 대책 필요”

 

전국 5대 전통시장의 한 곳인 포항죽도시장이 올해로 개장 73주년을 맞았다. 죽도시장은 광복 후 1946년 영일군 포항읍 현 죽도시장 터에 소규모의 노점상으로 출발, 6.25 전쟁 전까지 400여개의 점포로 성황을 이루었으나 6.25전쟁으로 완전히 소실됐다.

이전의 상인들과 죽도동 유지들이 부흥회를 조직해 1954년 7월 경북도로부터 상설남부시장으로 인가 받고 같은 해 8월 개장했다. 1971년 들어 죽도시장으로 이름을 변경했다. 개장한 지 73년이 된 12일 현재 죽도시장은 죽도시장, 농산물시장, 어시장 등 3개 시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13만2천 m²(4만평)의 부지에 1천500개의 점포와 300개의 노점상의 4천300명이 장사를 하고 있다.

업종은 수산물 20%, 건어물 20%, 농산물 20%, 공산품 등 20%로 분포돼 있으며, 특산물로는 과메기, 건어물, 물회, 대게, 문어, 개복치 등이 판매되고 있다. 평년의 하루 이용객은 3만 명이며, 연매출액은 1조5천억 원에 이른다. 그래서 서울남대문시장, 동대문시장, 부산국제시장, 대구서문시장과 함께 전국 5대 시장으로 불린다.

특히 대통령과 여·야지도자들이 포항에 오면 죽도시장을 빼놓지 않고 찾을 만큼 위상이 날로 향상되고 있다. 죽도시장의 개풍약국은 올해 1월 m²당 1천320만원으로 도내 최고 공시지가를 기록 하는 등 해마다 경북지역 가장 비싼 땅으로 평가 받고 있다.

□ 전국서 이름난 명물 시장

죽도시장은 활어와 건어물 등 어시장으로 전국에 이름난 명물시장이다. 포항의 명물 과메기와 물회를 비롯해 대게, 돌문어, 개복치 등 싱싱하고 독특한 먹거리는 물론 농산물거리, 먹자골목, 떡집, 이불, 한복, 가구 등 생활에 필요한 모든 생필품들을 갖추고 있다. 그야말로 없는 게 없는 문화전통시장이다.

가구골목, 과메기거리, 회센터골목, 건어물골목, 닭집골목, 식품골목, 농산물골목, 양장점골목, 이불골목, 그릇골목, 한복골목, 어시장 및 공판장 등 구역별로 품목도 나눠져 있어 편리하게 물건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해산물은 주문 시 즉시 요리해 준다.

2012년 문화관광형시장으로 선정되어 관광접목형 시장으로 변화됐고, 2014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한 한국관광의 별 쇼핑부문에 선정됐다.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한 ‘2017~2018년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죽도어시장의 싱싱하고 풍부한 수산물.
죽도어시장의 싱싱하고 풍부한 수산물.

□ 싱싱하고 값싼 해산물 ‘가득’

죽도시장에는 과메기, 대게, 활어 등 싱싱한 제철 수산물이 가득하고 저렴하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개복치를 살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170여개의 횟집이 밀집돼 있으며, 횟집마다 전통과 독특성을 지니고 있다. 외지인들은 대체로 어시장부터 방문하고 있다.

△고래고기

포항이 고래고기의 원조이긴 하지만 죽도시장에서 주로 판매하고 있다. 기름기가 많고 독특한 향이 있어 주저스럽지만 맛은 소고기맛과 비슷하다.

△회

포항하면 빼놓을 수 없는 회. 어떤 식당에 들어가도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회를 즐길 수 있다. 같이 나오는 주변음식이나 매운탕까지 먹으면 배가 불러 일어나지도 못할 정도다.

△대게

쩌 먹어도 맛있고, 찜을 해먹어도 맛있고, 싱싱한 대게는 회로 먹어도 맛있다. 먹기 좋게 손질까지 해주어 편하게 먹을 수 있다. 서울에서 판매되는 가격과 대비하면 엄청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고 택배로 받아볼 수도 있다. 택배시스템이 잘되어 있어 싱싱한 대게를 살아있는 상태로 집까지 배달된다.

△돌 문어

포항 해안일대, 월포, 구룡포, 대보 근해에서 잡은 싱싱한 돌문어. 회로 먹거나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먹기도 한다. 묵은지, 야채, 문어를 얇게 썰어 함께 볶아주면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피데기

일반적으로 반 건조 오징어라고 부르지만 경상도 지방에서는 사투리로 ‘피데기’라고 부른다. 질기지 않고 부드러워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간식거리다.

□ 소머리곰탕도 일품

돼지국밥집에 이어 50~60년의 전통과 역사가 있는 소머리곰탕집도 유명하다. ‘평남식당’은 백종원의 3대 천왕에 소개됐고, ‘장기식당’은 수요미식회에서 극찬을 받았다. 곰탕집은 장기식당, 평남식당, 죽도곰탕, 본가할매곰탕, 대구소머리곰탕, 원조소머리식당, 어시장소머리곰탕, 할매식당, 오거리곰탕 등 대략 9곳 된다.

□ 주차장 20곳․화장실 5곳 설치

주차장은 칠성천복개주차장, 오거리주차장, 어시장주차장, 죽도공영주차장 등 1천884면을 확보하고 있다. 죽도시장 주변의 민간 유료주차장도 20여 곳이 운영되고 있다.

화장실은 곰탕골목과 건어물골목, 생닭골목, 번영회사무실, 냉동창고 등 5곳에 마련돼 있다.

□ 시, 올해 218억 들여 공영주차장 등 조성

포항시는 2001년부터 죽도시장 시설현대화에 305억500만원, 경영현대화에 31억62만원을 투입했다. 홍보탑과 안내판을 설치하고 시범특화거리도 조성했다. 또 천장을 덮어 전천후 장사를 할 수 있는 아케이드를 설치하고 수산물시장 개축, 공중화장실 리모델링, 주차장 조성, 상인교육장․좌판․화재안전시설․CCTV 등을 설치했다.

올해는 공영주차장 조성(승용차 130대, 버스 9대), 한복거리와 농산물거리 아케이드 설치, 노후시설 보수 등에 217억8천200만원을 투입한다.

한산한 포항죽도시장 농산물거리.
물건을 구입하는 사람이 없는 포항죽도시장 농산물거리.

□ “거리 한산… IMF 위기 때보다 훨씬 더해”

13~14일 포항죽도시장을 둘러봤다. 대성고기마을 앞에서 감자와 양파, 오이 등 채소를 파는 70대 노점상 할머니는 작년보다 60~70% 손님이 줄었다고 하소연했고, 한바다식품 앞의 생선가게 60대는 “장사를 시작한 10년 이래 최악”이라고 푸념했다.

죽도시장 입구 개풍약국 앞의 채소노점상 80대 할머니는 “작년보다 70~80% 손님이 줄었다”고 했고, 인근 인디안 옷 가게 앞의 채소노점상 70대 할머니는 “요즘은 매일 하루(오전 6시부터 오후 7시까지) 3만원 어치도 못판다”고 울먹였다.

외지인들로부터 인기를 끌던 건어물상․횟집 등도 상황은 비슷했다. 문어를 삶아주고 과메기를 도소매하는 형제수산은 “작년의 절반도 팔리지 않고 있다. 최고 불황”이라고 했고, 건어물상 주인들도 “손님이 없어 오후 5~6시 되면 문을 닫는다. 이전에는 8시까지 장사를 했다”고 했다.

대부분 회집도 저녁식사시간인데도 텅텅 비어 있었고, 상인들은 손님이 없어 쉬고 있었다. 한 횟집 주인은 “올해 매출은 작년의 20~30% 수준”이라고 불평했다.

게 거리 도로변의 횟집도 썰렁했다. 박달게를 파는 70대 부부는 “장사 한지 10년 됐지만 올해만큼 장사가 안 된 적이 없었다”며 귀가를 서두르고 있었다. 오후 6시10분이 지나자 대부분 문을 닫았다.

영포회타워 주차장을 찾았다. 주차요원에게 오늘 주차대수를 물었다. “2대 뿐”이라고 했다. 주말에는 “80대 주차하지만 작년의 절반수준”이라고 했다.

오후 6시20분이 되자 생선거리의 가게도 대부분 문을 닫았다. 70대 울릉 할머니는 “하루 2~3마리의 생선을 팔 때도 있고, 아예 한 마리도 못 파는 날도 있다. 50년간 장사를 했지만 올해만큼 장사가 안 되는 해가 없었다. 보릿고개가 생각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35년 전통의 대덕집(돈육, 족발) 주인은 “매출액이 지난해와 비교하면 너무나 많이 차이가 난다”고 했고, 노점에서 간식을 파는 청년들은 “손님이 지난해 보다 50%이상 줄어들었다”며 등록비를 걱정했다. 가구골목의 가구점 주인들은 대체로 올해 매출이 지난해 보다 절반 정도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성규철 포항수협 죽도지점 지점장은 “작년 상반기 대출액이 200억 원, 하반기 대출액이 70~80억 원에 이었지만, 올해는 지금까지 한 건의 대출도 없다”고 했다.

주변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불황은 죽도시장 뿐만 아니라 포항 전 지역을 덮치고 있다”며 “지진 진앙지와 가까운 흥해, 양덕동을 비롯해 포항중앙상가, 오광장~형산로터리 간 포스코대로 주변엔 빈 점포가 즐비하다. 문의 전화도 없다. IMF 위기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상황이 안 좋다. 불황까지 겹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때를 놓치면 안 된다”고 했다.

하루 3만원도 못 판다는 포항 죽도시장 개풍약국 앞 노점상인들.
하루 3만원도 못 판다는 포항 죽도시장 개풍약국 앞 노점상인들.

□ “포항 살리기 특단의 대책 나와야… 때 놓치면 안 돼”

상인들은 “주차장을 짓는 것도 좋지만 손님이 줄어 걱정”이라며 “지진 이후 재래시장 살리기 등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바가지요금과 호객행위 근절, 화장실 현대화, 주차장 확보 등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지진 후유증 극복을 위해서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창호 포항죽도시장상인연합회장은 “죽도시장은 어시장 이용객이 30%, 나머지 시장의 이용객은 70% 된다”며 “유치원과 초중학교에 공급되던 무상급식의 식재료가 농협을 통해 일괄 공급되는 바람에 농산물시장이 썰렁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지진 이후 4~5개월은 시민들의 관심으로 어려움 없이 넘어갔지만 지난해 10월 이후부터 본격적이 어려움이 찾아왔다”며 “시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 기독교계 지도자들은 “영적으로 포항지역의 불황을 볼 수 있어야 한다”며 “포항지역의 온 교회가 포항시와 시민, 포항 땅을 위해 간절히 기도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상인회는 (사)포항죽도시장번영회(죽도시장·회장 이성달, 회원 수 600명), 죽도시장상가번영회(죽도농산물시장·회장 허창호, 회원 수 480명), 포항죽도어시장상인회(죽도어시장·회장 김경수, 회원 수 113명), 죽도수산시장상인회(죽도어시장, 회원 수 250명) 등 4개가 있으며, 포항죽도시장상인연합회(회장 허창호)가 결성돼 있다.

/김규동기자 kd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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