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국회의장, 제1야당 원내대표 등 여야 의원들이 정면 충돌하는 일이 벌어졌다.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선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대한민국 대통령은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고 비판하자, 여당 의원들은“취소해, 사과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대표연설 중간에 “더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고 했다.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표현은 외신 보도를 인용한 것이다. 이에 앞서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해 9월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에서 김정은의 수석 대변인(top spokesman)이 됐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김정은이 유엔총회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그를 칭송하는(sing praises) 사실상의 대변인을 뒀다.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어떻게 대통령을 수석대변인이라고”, “그만해”, “제발 표현 좀 가려 하십시오” 등의 발언을 통해 항의했다. 그러나 나 원내대표는 “외신 보도의 내용이다. 잘못을 시인하는 용기가 필요한 때”라며 “경제와 안보라는 국가의 축이 흔들리는 동안 문재인 정부는 오로지 적폐청산에만 집착했다”고 비판했다. 여당 의원 10여명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고, 여야 원내수석부대표 간 언쟁도 벌어졌다.

급기야 여야 의원들 간 물리적 충돌도 발생했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와 이철희 원내수석부대표 등은 국회의장석으로 뛰어가 문희상 의장에게 강력 항의했고,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의원들은 이를 제지했다. 홍 원내대표는 문 의장에게 “어디서 이따위 얘길 합니까”라고 외쳤고, 민주당 의원들은 일제히 “사과해”라고 항의했다. 본회의장이 아수라장이 된 가운데 나 원내대표가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는 미세먼지다. 미세먼지”라고 소리 지르듯 연설을 이어가자 한국당 의원들은 박수를 쳤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이철희 의원과 한국당 권성동 의원이 삿대질을 하며 밀고 당기는 몸싸움을 벌였다.

나 원내대표는 여야 의원들의 고성 속에서 “좀 조용히 해주십시오. 좀 들으세요. 민주당 의원님들 들어주십시오. 하고 싶은 말도 못 하는 이런 의회입니까”라며 목소리를 높이며 연설을 이어갔다. 그는 “야당 원내대표의 이야기도 듣지 않는 이런 태도가 이 정권의 오만과 독선을 만들고 있다”며 “여러분은 하고 싶은 말을 정론관 가서 말씀하시라”고 맞받아쳤다.

이에 문희상 국회의장은 “조금만 냉정해지자.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우리를 다 지켜보고 있다“며 “여러분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공멸의 정치이지 상생의 정치가 아니다. 아무 발언이나 막 하는 게 아니라 품격과 격조 있게 해야 한다”고 수습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 원내대표가 상당히 논란이 되는 발언을 했다. 정치적 평가는 여러분 마음대로 하시라”며 “의원들은 조용히 하시고 나 원내대표는 이제 발언을 마무리지어달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나 원내대표는 “일부 말씀은 감사드리지만, 일부 말씀은 역시 민주당 출신 의장님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곧바로 반박하며 연설을 재개했다. 나 원내대표의 연설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민주당 의원들은 “내용이나 알고 있는 겁니까”, “노무현 대통령을 어떻게 죽음에 이르게 했는지 다 알고 있다”등의 발언을 쏟아내며 나 원내대표를 맹비난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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