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속 노사정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의 제3차 본위원회가 노동계 위원들의 정족수 미달로 또다시 무산됐다. 경사노위 참석을 보이콧 중인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 등 노동계 위원 3명은 11일 열릴 예정이던 3차 본위원회에 참석하지 않겠다며 불참 의사를 통보했다. 노동계 위원들은 앞서 지난 7일 열린 2차 본위원회에도 이들은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날 심의하기로 한 ‘탄력근로제 개선을 위한 합의문(안)’ 등 3개의 안건에 대한 의결이 또다시 미뤄졌다. 문성현 위원장은 “계층 대표들은 대통령이 주관하는 ‘사회적 대화 보고회’도 무산시켰고, 참석 약속을 두 번이나 파기했다”고 지적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법상 경사노위 최고의결기구인 본위원회는 노·사·정 위원 18명으로 구성된다. 이 중 재적 위원의 과반수가 출석하고, 노·사·정 가운데 어느 한쪽 위원의 절반 이상이 출석해야 의결 정족수가 충족된다. 현재 본위원회 근로자위원은 민주노총의 불참으로 4명이다.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가 빠지면 결국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1명만 남게 돼 위원회법상 의결 정족수를 채울 수 없다.

노동계의 양보를 강조하고 나선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의 3월 임시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눈에 띈다. 홍 원내대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높이는 사회적 대타협을 반드시 해야 한다”며 덴마크의 ‘유연 안정성 모델’을 언급했다. 덴마크의 유연 안정성 모델은 기업의 인력 구조조정이 쉬운 반면 실업급여·직업훈련 등을 통해 사회안전망을 강화한다는 게 주된 골자다. 그는 특히 “임금체계도 개혁해야 한다”며 “고임금을 받는 대기업·공공부문 정규직 노조가 3년내지 5년간 임금인상을 자제하는 결단을 내려줘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대화 안 되는’ 사회적 대화 기구가 돼버린 노사정위의 헛바퀴는 참으로 아쉽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앞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한정애 의원도 경사노위 합의안처럼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지난주 발의한 상태다. 급격한 근로시간 단축의 여파를 산업계가 견디도록 하기 위해서 일정 기간 내에 근로시간을 늘리고 줄이면서 조절하는 ‘탄력근로제’는 누가 봐도 불가피한 선택이다. 경직된 노동계 풍토에 발목이 잡혀서 지난 2월 탄력근로제에 대해 합의를 해놓고도 뒤늦게 어깃장을 놓을 수밖에 없는 노동계 대표들의 처지가 딱하다. 그래도 용단을 내려야 한다. 오늘날 국가적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쟁점 사안에 대해 노동계가 대승적으로 양보하는 슬기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것은 노사 상생(相生)을 위한 외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