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화편집부국장
정철화 편집부국장

새학기가 시작됐다. 학교마다 학교폭력 문제로 바짝 긴장하는 시기이다. 특히 집단따돌림(왕따)은 피해 학생에게 심각한 상처를 줄 수 있는 중대한 범죄 행위로 간주해 정부가 나서 예방대책을 강구한다. 현 정부가 출범한 이후 대구와 경북이 처해 있는 현실이 왕따당하는 학생의 모습과 너무도 닮아 있다. 학교내 짱(?)을 중심으로 뭉쳐 있는 패거리들에게 돈과 옷, 신발 등을 빼앗기는 일은 다반사고 실컷 두들겨 맞고 다니는 왕따 학생과 흡사하다. 대구와 경북은 보수정당의 심장 역할을 해오고 있다. 보수의 적통을 이어받은 자유한국당을 지탱해주는 근거지이다.

한국당은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에게 참패하며 권력의 중심에서 밀려났다. 권력은 독식하는 속성이 있다. 차지한 권력을 지키기 위해 더욱 혹독해지고 더욱이 권력에 도전하는 정적에 대해서는 가혹하게 응징하는 속성이 있다. 정부 여당의 입장에서 한국당은 최대의 정적이고, 근거지인 대구 경북 또한 응징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국가 권력 싸움에서 승리하면 정부부처와 정부투자기관, 정부 출자기관의 인사권과 국가주요 정책 결정 및 예산권 등의 전리품을 얻는다. 정부와 여당은 전리품 배분권이란 권력의 칼을 전가의 보도처럼 마구 휘두를 수 있다. 문제는 그 칼끝이 유독 대구 경북지역을 표적으로 겨누고 있는 것같아 우려스럽다. 최근 문재인 정부의 2기 내각 인사가 단행됐지만 문 정부 출범과 함께 단행됐던 1기 내각 때와 마찬가지로 대구 경북지역 출신 인사들은 왕따였다.

예산 배분에서는 더욱 심각하다. 이미 올해 국비예산 편성에서 대구 경북은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전년대비 삭감예산의 수모를 당했다.

지난달 발표한 정부 예타면제 사업 선정에서도 경북도가 1순위로 요청했던 동해안고속도로(영일만대교건설) 건설 사업은 역시나 없었다. 대신 2순위였던 동해중부선 복선전철화사업이 단선전철화사업으로 대폭 축소된 사업비 4천억원을 반영한 것이 고작이었다. 다른 광역단체들에게는 평균 2조원대의 사업이 선정된 것과 비교하면 참담한 수준이다.

경북의 중요한 경제동력이 되고 있는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은 탈원전정책으로 무력화됐고, 국내 최대 원전력발전소가 집중된 경북에 당연히 건설될 것으로 여겨졌던 원전해체연구소의 경주 유치도 불투명해졌다. 울산과 부산 접경지역에 건설하겠다는 정부방침이 섰다는 소문이다. 또한 사업안이 확정되다시피해 있는 통합대구공항 이전도 불안하다.

부산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통해 통합대구공항 이전사업을 백지화시키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최근에는 이명박 정권의 최대 치적으로 평가받고 있는 4대강 사업도 표적이 되고 있다. 농업을 근간으로 하는 경북내륙권 주민들에게 크게 환영받고 있는 낙동강 보를 해체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대구 경북은 이처럼 학교 짱과 그 무리들에게 두들겨 맞고 다니지만, 말리거나 나무라는 사람이 없다. 더욱이 보호자인 자유한국당은 가해자를 찾아가 항의하고 다시는 때리지 못하도록 대응을 해야하지만 그럴만한 힘이 없다. 민주당이 집권했던 김대중, 노무현 정권 시절에는 여소야대 정국으로 힘있는 보호자 덕분에 놀림을 당할 지언정 최소한 돈을 뺏기고 두들겨 맞지는 않았다. 힘없는 보호자 밑에 사는 대구 경북의 왕따 수모는 언제 끝날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정부의 집권여당의 노골적인 대구 경북 왕따시키기 행태도 정의롭지 못하다.

가진 힘을 과시하며 약자를 괴롭히는 것은 뒷골목 불량배들이나 하는 비겁한 행동이다. 공자는 논어 자로편에서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은 동이불화(同而不和)한다’고 했다. 다른 사람과 생각을 같이 하지는 않지만, 서로 화목하게 지내는 것이 군자의 덕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