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상’ 이수진 감독
미스터리 스릴러, 20일 개봉

이수진 감독. /CGV아트하우스 제공
오는 20일 개봉하는 ‘우상’은 극장 문을 나선 뒤에 더 곱씹게 되는 작품이다. 미스터리 스릴러 형식이지만, 은유와 상징으로 가득하다.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이수진 감독은 그 해석을 관객 몫으로 돌리며 말을 아꼈다.

영화는 한 사건으로 얽힌 세 인물 이야기를 그린다. 아들이 낸 뺑소니 교통사고로 궁지에 몰리는 전도유망한 정치인 구명회(한석규 분),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은 아버지 유중식(설경구), 아들의 사고 현장에 함께 있다가 자취를 감춘 며느리 최련화(천우희)가 주인공이다.

세 인물은 각기 다른 동기로 움직인다. 구명회는 정치적 야망을 위해, 유중식은핏줄에 대한 집착으로, 최련화는 생존 그 자체를 위해 몸부림친다. 그런 내면의 욕망은 이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맹목적으로 움직이게 만든다. 영화는 우상의 오류에 빠진 인물들이 폭주하는 모습을 통해 우상의 헛됨을 말한다.

이 감독은 16년 전에 시나리오를 구상했다고 한다.

“한국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사건 사고들을 보며 그 시작이 언제일까 고민해본 적이 있어요. 2000년부터 출발해 시나리오를 돌리기 시작한 때가 2016년이니 16년간벌어진 각종 사건·사고의 영향을 받았죠. 직접 어떤 사건을 차용하지는 않았지만, 우리 사회 문제가 군데군데 깔려있죠. 계급문제나 정치인의 부패, 말 바꾸기, 불법체류자에 대한 이야기 등은 비단 한국 사회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에요. 그런 문제들 속에서 인간들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중점적으로 말하고 싶었습니다.”그는 극 중 인물에 대해서도 귀띔했다.

“아들을 잃은 중식은 처음에는 피해자였지만, 최련화를 만난 뒤 자신도 가해자였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인물입니다. 직접 나오지는 않았지만, 생존을 위해 힘들게 살았을 중국교포 최련화는 강력한 여성 캐릭터이죠. 쉽게 보이는 사람이라도 무서운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계급상으로 가장 낮지만, 가장 무서운 캐릭터이자 가장 큰 피해자이기도 하죠.”이 감독은 장편 데뷔작 ‘한공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영화계 주목받았다.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친구를 잃고 전학을 가게 된 주인공 한공주가 겪는 성장통을 그린 작품이다. 전작이 독립영화였다면, 총제작비 100억원이 투입된 ‘우상’은 상업영화 틀 속에서 심오한 주제의식을 담아냈다. 그 해석에 따라 누군가에는 어렵고 불편한 영화일 수도,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새로운 한국영화가 될 수 있다.

이 감독은 “장르 안에서 더 폭넓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면서 “호불호가 갈리는 것은 어렵다기보다 영화가 낯설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야기의 구조나 구성, 주제, 소재가 익숙하지 않거나 익숙지 않게 변주된 점이 낯설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친절하게 모든 것을 알려주는 대부분의 상업영화와 달리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이미지나 사운드 등을 통해 전달하려고 했죠. 되짚어볼수록 다양하게 사유할 수 있는 매력이 있는 작품입니다.”감독은 “영화를 보면서 나도 누군가를 맹목적으로 지지하지 않은가, 나의 꿈은 올바르게 가고 있는가 등을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전작 ‘한공주’보다 더 깊게 파고들었고, 깊게 묘사하려 했다”면서 “상업영화 시스템 속에서 만든 영화여서 부담은 되지만 저와 배우, 스태프가 열과 성을 다해 만든 만큼 그 낯섦이 좋은 느낌으로 관객에게 다가갈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세심한 연출로 정평이 나 있다. 한 장면을 수차례 반복해서 찍어 배우들은 긍정적인 의미에서 ‘집요한 감독’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는 “감독의 권한은 ‘오케이’(OK)를 하는 것”이라며 “그 오케이를 위해 많은 준비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매번 만족하는 작업은 없는 것 같아요. 영화를 하는 이유도 그 만족감을 높이기 위해서죠. ‘우상’은 (우여곡절 끝에) 완성이 돼서 관객에게 선보이는 것 자체만으로도 만족감을 주는 영화입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