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8년 10월. 아프리카 말라위에 사는 한 소년이 야심 찬 꿈을 품습니다. 고향 작은 마을을 떠나 동부 아프리카 황무지를 가로질러 북쪽으로 이집트 카이로까지 6천800㎞를 걸어간 다음, 배를 타고 미국으로 건너가 대학에 진학하겠다는 꿈입니다. 소년은 막연히 꿈만 꾼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옮기는 첫 걸음을 내 딛습니다. 이 무모한 여행을 위해 소년은 네 가지를 준비하지요. 책 두 권(성경과 천로역정)과 닷새 분 식량, 호신용 작은 도끼, 담요입니다. 멀고 먼 여행을 위한 준비물은 이게 전부입니다. 부모는 미국이 어디 있는지도 모릅니다. 눈물로 배웅할 뿐입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배워야 한다는 것을 책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아브라함 링컨과 부커 워싱턴 이 두 사람의 위대한 삶을 닮고 싶었습니다. 이를 위해 최고의 교육을 받아야 함을 알았기에 결심하지요.

동전 한 닢 없고 배 삯을 낼 방법도 없지만 그런 것은 개의치 말자. 어떤 대학에 들어갈지 나는 모른다. 대학에서 나를 받아줄지 어떨지 모른다. 그것도 개의치 말자. 카이로는 장장 6천800㎞나 떨어져 있고 그곳까지 걸어서 가려면 수백 개의 부족이 사는 마을 무사히 지나야 하지만 그것도 개의치 말자. 그 부족들은 소년이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50개의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그것도 개의치 말자.

소년은 그 모든 것을 개의치 않기로 결단합니다.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할 수 있는 나라에 가겠다는 꿈 말고는 모든 것을 마음 속에서 몰아냅니다. 소년의 이름은 레그손 카이라(Legson Didimu Kayira)입니다.

닷새 동안 험준한 산악지대를 걸었지만 겨우 50㎞를 지났을 뿐입니다. 식량은 바닥나고, 물도 다 떨어져갑니다. 앞으로 6천750㎞를 더 걸어가야 하는데 가능성이라고는 제로였습니다. 그러나 발걸음을 집을 되돌리는 것은 꿈을 포기하는 것, 가난하고 무식한 인생을 감내해야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레그손은 다시 마음을 다잡습니다. “미국에 도착할 때까지 절대 걷는 것을 멈추지 않겠어! 죽을 때까지 해 보는 거야! 쓰러져 죽기 전까지는 멈추지 않겠어!”

때로는 낯선 사람과 동행도 했지만 대개는 혼자서 걷습니다. 간혹 일자리와 잠잘 곳을 얻을 때도 있었지만 별이 총총한 밤하늘을 이불 삼아 노숙할 때가 대부분입니다. 먹을 것이 없으면 야생 열매를 찾아 끼니를 때우지요. 점점 야위었고 쇠약해지더니 결국 열병에 걸려 쓰러집니다. (내일 편지에 계속) /조신영 인문학365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