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한국은행 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
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

최근 실업률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것은 어쩌면 한국경제의 구조적인 변화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문제일지도 모른다. 과거 성장기에 있어서는 단순 노동에 가까운 인력들을 공장에서 거의 무한대로 늘릴 수 있었다. 또한 개발도상국으로서의 상대적 후진성을 무기로 임해지역에 위치한 다양한 수출특화공단에서도 일자리가 문제가 아니라 일할 사람을 구하는 것이 문제가 되던 시기에는 전국 실업계 고등학교의 취업률은 거의 100%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일자리의 창출 메커니즘은 사라진지 오래되었다. 대량의 고용을 수반하는 공장제 고용은 중국, 베트남 등지로 옮겨간 지 오래되었고, 그와 같은 고용이 필요한 중소기업에 적합한 일자리에 맞는 훈련기관격인 실업계 고등학교 또한 자취를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남아있는 흔한 말로 3D업종에는 외화벌이에 나섰던 과거의 우리 청년들의 모습을 지닌 동남아시아 등지로부터 찾아오는 외국인근로자들이 채우고 있다. 정작 일자리가 있기는 하지만 일할 사람도 없고, 실제 아무리 3D직종이라고 하더라도 중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국내산 인력을 구하기 힘든 실정인 것이다. 한 나라의 경제구조가 제조업중심에서 유통, 금융, 서비스, 항공우주 등 선진국형 산업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는 일자리의 창출방식과 인력양성 방식도 다양하게 발전되어야 마땅하지만 우리에게는 선진국과 같은 오랜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빠른 시간에 빠른 속도의 구조변화가 지금의 일자리문제를 만들지 않았나 싶다.

포항도 일자리창출에 골몰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정책협조차원에서 기업이 만들어낼 수 있는 일자리란 한계가 있다. 깊이 있는 지식이나 숙련된 기술직의 자리는 갑자기 만들고 싶다고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므로 그저 단순노무직 뿐이다. 안정적인 급여생활을 하고싶은 취업자 입장에서는 선뜻 내키지 않을 것이기에 실업률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는 것이다.

포항경제의 미래를 생각할 때 무리한 일자리창출은 오히려 독약과도 같다. 그보다는 포항에서 앞으로 어디에 어떤 인재가 얼마나 필요할지를 예측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일례로 조만간 국제크루즈여객부두가 완성된다. 크루즈여객터미널에도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고 일본어, 중국어, 러시아어 등을 구사할 수 있는 인력들이 필요해질 것이다. 영일만항 배후단지에서 식품가공센터를 구축하여 6차 산업을 활성화시키려면 여기에도 농수산물 수집부터 공장의 생산과정, 유통판매를 책임질 전문 인력이 다수 필요해질 것이다. 또한 포항시는 올해 관광객 700만 명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포항지역 곳곳에 숨어있는 고대사, 과거의 전설과 설화, 근현대사에서 중요한 스토리텔링이 무수히 잠자고 있는 핵심지역도 많다. 과연 포항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포항을 제대로 알릴 수 있는 문화해설사는 어느 정도 확보되어 있는지 궁금하다.

우리는 일자리 창출에 앞서 현재의 일자리, 그리고 앞으로 생겨날 일자리를 먼저 직시한 후 그에 맞출 수 있는 인력수요예측과 이들을 선제적으로 훈련, 양성하는 선행조건부터 갖출 필요가 있다. 그리고 예상되는 일자리에 대한 예비 전문 인력 양성프로그램을 다수 개설하여 알린다면 포항을 떠나려는 지역 청년들의 발목을 잡는 효과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수년 후를 내다보는 선제적인 비전의 제시는 시민의 희망을 높이는 간접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특화된 인력충원으로 기업의 서비스만족도와 지역 이미지의 제고 등 포항의 보이지 않는 가치까지도 함께 높여 이를 계기로 새로운 일자리가 동반 창출되는 선순환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