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역 일부 아파트들
최저임금 인상 부담 피하려
점심시간 늘려 인건비 삭감
야간경비 시간도 비급여로 돌려
정부차원 가이드라인 마련 절실

포항지역 일부 아파트가 ‘꼼수’로 경비원 인건비를 줄인 것으로 드러났다. 최저임금이 2년 연속 큰 폭으로 올라 고용절벽, 빈부격차 심화 등의 부작용이 꾸준히 잇따르면서 정부·지자체 차원의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포항시 북구 용흥동의 한 아파트는 최근 경비원 수를 줄이면서 점심시간을 기존 1시간에서 2시간으로 늘렸다. 기업으로 따지면 일종의 구조조정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중된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고, 인력과 근무시간을 줄인 것. 문제는 늘어난 점심시간이 기록상의 휴식일 뿐 실제로는 노동시간이라는 점이다.

이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하다 해고당한 A씨는 “점심때는 택배와 민원이 계속 이어져 사실상 쉴 수가 없는 시간이다. 휴식시간으로 정해졌다고 일을 안 하고 있다가는 주민들의 눈밖에 나 해고되기도 한다”면서 “최저임금이 크게 오른 작년부터 아파트 측의 갑질이 이어지면서 애꿎은 경비원들에게 피해가 돌아오고 있다”고 호소했다.

북구 우현동의 한 아파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기존에 급여시간으로 분류되던 야간경비 시간이 비급여 시간으로 바뀌면서 급여가 삭감됐다. 이 단지는 지난해 말부터 밤 12시부터 오전 5시까지 경비원들이 단지 내 숙소에서 잠을 잘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 시간을 비급여 시간으로 분류한 것이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최저임금이 너무 많이 올라 관리비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올라갔다”며 “세대 수가 많은 아파트는 부담이 적지만 세대가 적은 아파트는 인원수로 나뉘는 관리비 부담이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어 어떤 조치라도 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민들과 경비원들 간의 협의가 중요하고, 갈등을 줄이려면 정부나 지자체 등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양만재 포항지역사회복지연구소장은 “아파트 측이 경비부담을 줄이려고 꼼수를 부리고 있지만, 불법의 여지가 있다”면서 “비교적 약자인 경비원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러한 ‘기싸움’이 계속되면 양측이 모두 피해를 입게 된다”고 진단했다. 또 “정부나 지자체에서 지원 등으로 협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중재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영우기자 hyw@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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