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룡 서예가
강희룡
서예가

‘30-50클럽’은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 달러 이상이면서 인구 오천만 명이 넘는 국가를 말하며 미국을 비롯해 한국을 포함한 7개국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우리나라의 GNI는 3만3149달러라고 최근 발표했다. 이 3만 달러를 4인 가구로 계산하면 한 가구 당 연소득이 대충 1억3천400만원정도가 된다. 하지만 국민들의 경제적 괴리감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실제생활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현실에서 선진국 진입이라는 정부의 상징성 홍보와 통계가 결과적인 수치에만 매몰된 나머지 다양한 사실들을 외면하는 함정에 빠진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도 그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단기간 고속성장으로 세계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으나, 산업화를 통한 물질적 성과와는 달리 국민들의 의식구조는 아직도 선진국에 비해 한참 뒤쳐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진국’이라는 단어는 매우 모호한 의미로 ‘경제적 필요를 채우는 일’ 외에도 다양한 사회적 요건들을 충족시켜야 한다. 한국이 아직 선진사회로 갈 수 없는 이유 몇 가지를 들면, 미숙한 사회구조로 중요한 위치의 정치나 교육계의 지도자들이 공동체에 대한 의식이 취약하다는 것이다. 국가나 사회관에 대한 자기인식이 부족하여 자신이 처한 위치에서 사회적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독서량으로 선진국은 국민의 절대다수가 책을 읽는다. 독서는 일평생 자기계발을 위한 필수적 행위인데 한국은 기득권으로 먹고 사는 사회에 머물러 있기에 독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직장 역시 생산성에 관계없이 단지 선임자라는 이유만으로 사회적으로 지나치게 많은 차등보상을 받고 있다.

모든 선진국들의 공통점은 안정된 시민민주주의다. 강력한 공권력과 국가의무에 대한 엄격성이 그 안에 있다. 그것은 하나의 커다란 사회계약이며, 그 계약 내용에 대해 충실한 것이 바로 선진국이다. 모두가 함께 만든 동일한 법을 어겼을 때의 불이익과 처벌이 크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으며, 또 얼마나 가혹해지는지 보면 알 수 있기에 선진국 국민들이 준법정신이 강한 것이다. 이처럼 선진국이라는 개념은 ‘경제적으로 잘 사는 나라’를 일컫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운영하는 정치나 경제정책 외에도 법질서와 사회규범과 문화까지 포함해서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발전한 나라’라는 뜻을 가진다.

한국과 같이 작은 나라의 거대한 정부나 입법부는 그 규모에서 이미 관료조직을 능가하고 있다. 이러한 조직으로 파생된 관료주의는 만연된 부정부패가 사회 전반적으로 나타나며 파킨슨법칙으로 그 수만 더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전형적인 후진적 행태는 국가적 재난과 대형사고에 대처하는 미숙함과 무사안일, 아마추어적인 시스템운영, 흑백논리가 지배하는 사회, 재벌세습과 천민자본의 갑질, 반칙의 일상화와 질서의식의 실종, ‘설마’라는 안일한 생각, 입시위주의 몰입식 교육은 가장 중요한 덕목인 사회규범준수와 남을 배려하는 인성교육을 사라지게 했다.

영국의 싱크탱크 레가툼 연구소가 지난해 11월 28일 발표한 세계번영지수에서 한국은 전체 149개국 중 35위에 올랐다. 총 9개 항목 중 교육 분야가 17위, 보건시스템항목에서 19위로 비교적 높은 수준에 올랐으나, 기본권과 사회적 관용은 75위, 사회적 규범과 시민참여 등 사회적 자본은 78위로 중위권이다. 사법 분야의 독립성은 0~1점 중 0.47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28위로 하위권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의 노동환경을 종합적으로 따져 매긴 ‘2019년 유리천장 지수’ 평점에서 한국은 조사대상인 OECD 29개 회원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선진국 조건은 돈에 앞서 사람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모든 부정적인 요인들은 결국 선택을 잘못한 우리들에게 있으며 국민들의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