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유발을 둘러싼 한중 갈등 해법으로 1970년대 영국, 서독, 스칸디나비아 제국이 유럽 대륙의 산성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맺었던 국제협약인 이른바 ‘산성비협약’이 주목받고 있다. 산성비협약은 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ECE)가 주관해 1979년 체결한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물질에 관한 협약(CLRTAP)’을 가리킨다. 관련 국가들은 40여 년이 지난 현재도 매년 대기오염 물질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감축방법 및 비용 분담을 논의하고 있다. 처음 협약의 출발은 1950년대 북유럽 국가 호수들에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고 숲이 사라지는 재앙에서 비롯됐다. 유럽이 이 협약을 추진할 때 실현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누구 탓이냐를 따지기보다 큰 틀에서 함께 줄이는 방향으로 접근하니 가능해졌다. 실제로 1967년 스웨덴의 과학자 스반테 오덴이 ‘외부로부터 유입된 아황산가스가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고 197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영국과 서독에서 발생한 대기오염물질이 스칸디나비아 산성비의 주요 원인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두 나라는 지금의 중국처럼 연구결과 자체를 부정했다. 이에 스웨덴이 1972년 스톡홀름 유엔인간환경회의(UNCHE)에서 산성비를 국제 이슈로 제기하는 등의 노력이 이어졌다. 그 후 과학적 검증과 국제여론의 도움에 힘입어 영국과 서독이 과학적 연구를 진행하기로 합의, OECD 주도하에 11개국이 참여하는 ‘대기오염물질 장거리 이동 측정에 관한 협동 기술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대기오염 물질에 대한 과학적 조사결과가 축적되면서 UNECE 차원의 협력 방안이 논의됐고, 1979년 UNECE 회원국 34개 중 31개국이 CLRTAP에 서명했다. 협약 이후 유럽대륙은 오염물질 배출량 감소라는 성과를 얻어냈다. 산성비의 원인인 이산화황 배출량은 오염이 가장 심했던 체코, 독일, 폴란드에서 모두 감소했다. 특히 독일 인근 지역의 이산화황 배출량은 1989년 142만t에서 1996년 59만t으로 크게 줄었다. 국가간 협상을 하려면 서로 체면을 세워줘야 하는 법인 데, 우리 미세먼지 대책은 너무 일방통행식은 아닌가 반성할 필요가 있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