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정의당 등 한국당을 제외한 4당이 선거법 개정안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 처리할 움직임을 보여왔다. 4당으로부터 당론 제시 최후통첩을 받은 자유한국당이 ‘의원정수 10% 축소’를 골자로 하는 당론을 제시했다.

선거제는 권력 구도를 좌우하는 최후의 게임 규칙으로 ‘참다운 민의’가 가감없이 반영돼야 한다. 더 이상 당리당략적 시각으로 다투지 말고 국가백년대계를 위한 제도개혁 방안을 진지하게 모색하기를 당부한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당내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참석해 “의원정수를 10% 줄여서 270석으로 하자는 게 한국당의 제안”이라며 “비례대표를 폐지하고 내 손으로 뽑을 수 있는 의원으로 의원정수를 270석으로 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특히 여야가 개혁안으로 제시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정당득표율에 정비례하는 의석배분제도)에 대해 “내각제를 채택한 국가에서도 오로지 두 개 나라, 독일과 뉴질랜드만 채택한 제도”라면서 “대통령제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받아들인다는 건 윗도리는 한복, 아랫도리는 양복을 입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유했다.

민주당은 지난 8일 현행 300석 유지 하에 지역구 축소(253석에서 225석)와 비례대표 확대(47석에서 75석)를 내놨다. 야3당은 전면 연동형비례제 도입과 의원정수 330석으로 확대를 주장해왔지만, 민주당 안을 차선책으로 수용하는 모양새를 나타내고 있다.

국회는 선거구(지역구) 획정을 다음 국회의원 선거일 1년 전까지 획정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은 이번에도 지켜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 20년간(16대~20대) 선거구획정은 선거일 37~65일 전에서야 정해져 왔다.

이 법을 안 지키는 것은 이제 이 나라 정치의 고질병이 돼 원외인사와 지역구 통폐합 등 변동사항에 해당하는 현직의원들은 번번이 불리한 상황을 겪어왔다. 법을 위반하면서까지 기득권을 지키려는 몰염치한 작태가 이어지는 셈이다.

선거구 개혁을 놓고 벌이는 여야 정당의 줄다리기 행태에는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진심이 사라진 지 오래다. 오직 당리당략에만 함몰된 여야 정당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하며 이솝우화에 나오는 ‘여우와 두루미’의 만찬처럼 자기만 먹을 수 있는 식탁만 욱대긴다. 호주의 사례에서 보듯이 선거구획정 등에 있어 엄격하게 독립된 기관이 모든 과정을 집행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백번 옳다. 국민의 힘으로 고양이 밥그릇에 들어간 저 이율배반의 선거구 획정권을 빼앗아올 방안은 정녕 없는 것일까.

선수들이 경기장에 들어가기 직전에야 규칙을 정하곤 하는 이런 언어도단의 악습은 어떻게든 혁신돼야 한다. 이대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