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 조합장선거 막판 ‘혼탁’
도내 180곳 단속 인력 태부족
제보·고발 따른 적발 70% 넘어
무자격 조합원 논란도 들끓어
일각 “많게는 50% 이를 수도”
당선 무효소송 등 큰 혼란 우려

‘3·13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막판 혼탁선거가 우려되고 있으나 단속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경북 도내 각 지역 선관위는 제2회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가 코앞에 닥치면서 후보자 비방 및 허위사실 유포와 금품·음식물 제공 등 불법행위 특별 단속에 들어갔다. 선거일까지 비상연락 및 단속체제를 유지하고 광역조사팀과 공정선거지원단 등 단속인력을 총동원해 선거 막바지 예방·단속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위법행위로 조치한 건수 대부분이 제보와 당사자들 간의 고발에 의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들의 단속 실효성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력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다. 도내 각 지역 선관위에선 조합의 수와 예산 규모에 따라 적게는 5명(울릉도)에서 최대 20명의 공정선거지원단을 구성·운영하고 있다. 도내 24곳의 지역 선관위에서 활동하고 있는 공정선거지원단은 290명에 불과하다. 광역조사팀은 도 선관위 직원으로 모두 11명이다. 이들이 도내 농협 148개, 수협 9개, 산림조합 23개 등 총 180개 조합의 각종 부정선거 행위를 단속하고 있다.

도 선관위는 적발된 위법행위로 고발 15건, 수사 의뢰 2건, 경고 등 54건 등 모두 71건을 조치했다. 기부행위 등이 34건으로 가장 많고, 이어 불법 문자메시지가 24건, 허위사실 공표와 인쇄물 관련 등이다. 불법 행위 적발 사례 가운데 공정선거지원단이 적발한 20건을 제외한 72%(51건)가 제보 또는 당사자들 간의 고소 고발로 인한 사건 접수로 드러났다. 지원단이 적발한 20건도 조합원들에게 불법으로 보낸 문자메시지로 드러나 단속이 형식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도 선관위 관계자는 “각 지역 선관위에서 예산과 조합 규모에 따라 단속 인원을 모집해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조합장 선거 특성상 선거인이 조합원으로 한정돼 암행 단속으로 불법행위를 잡아내기는 어렵다”면서 “경찰과 검찰과 함께 깨끗한 선거를 위해 노력한 결과, 위법행위가 지난 선거 때 같은 기간과 비교해 29.2%가 감소했다”고 자평했다.

일각에선 금품 선거 단속도 중요하지만 무자격 조합원 정리를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가세하고 있다. 제1회 조합장 동시선거 때도 금품 제공 등 불법 선거가 끊이지 않았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선거사범 총 1천334명을 입건, 그중 당선자 157명(구속 19명)을 포함 총 847명을 기소하고, 이 중 81명을 구속했다.

문제는 무자격 조합원 문제로 인한 당선 무효소송의 후폭풍이다. 지난 1회 선거 당시 전남 한 축협 조합장 선거에 나선 A씨는 1천200여 표를 얻어 당선됐다. A씨와 상대 후보 B씨와의 표 차인 10여 표에 불과했다. 이에 낙선한 B씨는 당선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조합원 자격이 없는 이들이 다수 투표에 참여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재판과정에서 이는 사실로 드러났다. 무자격 조합원에는 A씨의 친인척도 포함돼 있었다. 농협중앙회가 선거 전 무자격 조합원 정리를 지시했고, 축협 측이 무자격 조합원을 대거 적발했지만 이를 걸러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오히려 축협은 무자격자를 선거인 명부에 대거 등록해 지역 선관위에 제출했다. 재판에서 법원은 “선거의 공정성이 훼손됐다”며 “A씨의 조합장 당선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결국 당시 이 축협은 보궐선거를 치렀다.

경북 의성, 경기도 양주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비슷한 소송이 이어져 전국적으로 32건에 달했다.

지역 농협 관계자는 “무자격 조합원의 수가 단위 조합별로 적게는 10% 많게는 50%까지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선거에서도 농림식품부와 농협중앙회가 무자격 조합원 정리를 지시해 일부 조합은 정리한 곳도 있지만 강제성이 없어 상당수의 무자격 조합원이 이번에도 선거인 명부에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털어놨다.

국회 농림축산위 김현권 의원은 농협중앙회 조합원 194만8천여 명에 대한 실태조사를 한 결과, 무자격 조합원이 7만4천여 명에 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조합장 선거와 관련된 법이 현직 조합장에게 유리한 ‘깜깜이 선거’로 치러지면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고 있다.

5명의 후보가 나온 경북지역의 한 농협 조합원 C씨(62)는 “선거가 하루 이틀 남았지만 후보들을 제대로 본 적도 없다”며 “이들이 무슨 공약을 했고, 차이점은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고 털어놨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농민단체나 조합 대의원협의회의 후보자 초청 토론회는 불가능하고, 조합의 대의원총회 시에도 후보자의 정견을 들을 수 없다. 입과 발이 묶여있는 셈이다.

공명선거와 정책선거를 불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현 조합장을 유리하게 하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일각에선 조합장 선거가 ‘제2의 지방선거’로 불릴 만큼 당선되면 지역에서 영향력이 있는 데다 지역마다 거미줄처럼 촘촘히 얽힌 농협의 네트워크는 막강하기 때문에 위탁선거법이 아닌 공직선거법으로 치러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손병현기자 why@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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