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피우실 분은 밖으로 나가셔서 비행기 날개 위에 앉아 마음껏 피우시면 됩니다. 흡연 중에 감상하실 영화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입니다.” (폭소) “오늘도 저희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를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는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돈도 사랑합니다.” (까르르)

천편일률 기내방송을 바꾸어 인기를 끈 회사가 있습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사. 설립자는 회사 CEO였던 허브 켈러허입니다. 자동차로 가기엔 좀 멀고 비행기를 타긴 아까운 애매한 거리, 즉 500마일 미만 노선 세 곳만 비행기를 투입합니다. 텍사스 주 휴스턴, 달라스, 샌안토니오 3개 도시죠. 경쟁사보다 요금을 30% 파격적으로 내립니다. 자동차로 가려던 승객들은 비행기 이동으로 즉각 방향을 선회합니다.

‘저스트 플레인 스마트 (Just Plane Smart)’라는 광고를 시작하자 비슷한 캠페인을 이미 사용하고 있던 스티븐스 항공사가 저작권 침해 소송을 걸어옵니다. 고소장을 받은 허브 켈러허 회장은 곧장 전화기를 집어 들고 스티븐스 항공사 커트 허월드 회장에게 전화를 걸지요. “옥신각신 해봤자 변호사들 배만 불려줄 게 뻔하지 않소? 까짓 우리 두 사람이 직접 만나서 팔씨름 한 판으로 승부를 내는 게 어떻겠소? 이기는 편이 캠페인 광고 문구를 쓰는 걸로 합시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는 두 사람의 팔씨름 내기를 대대적으로 홍보합니다. 미국 전역이 흥미롭게 이 대결을 지켜보지요. 법정 다툼에 신물 난 사람들은 이렇게 신선한 방식에 감탄합니다.

레슬링 장외 특설링 한복판에 등장한 두 사람. 허브 켈러허는 심지어 입에 담배를 꼬나 문채로 머리에 띠까지 두르고 화려한 가운 차림으로 나타납니다. 쇼맨십이 작렬하지요. 시합이 시작되자 잠시 팽팽하게 엎치락 뒤치락 하더니 결국 젊은 스티븐스 항공 회장이 싱겁게 경기를 끝냅니다.

비록 시합은 졌지만, 허브 켈러허는 모든 것을 얻었습니다. 엄청난 광고 효과를 거두었고 항공사의 이미지는 급상승했습니다. 직원들은 모두 즐거워했고 심지어 상대방 스티븐스의 커트 허월드는 기쁜 마음으로 캠페인 문구를 양보하겠다고 손을 내밀었지요. 모두가 승자가 되었습니다. 작은 이익을 위해 이전투구하기보다 더 넓고 큰 마음으로 상대에게 먼저 손을 내밀 때 세상은 좀 더 살만한 공간이 되지 않을까요? 오늘 하루 중 틀림없이 갈등 상황이 있겠죠? 허브 켈러허의 팔씨름을 생각해 보는 넉넉한 하루 만들어가면 어떨까요?

/조신영 인문학365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