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1년 중 절반이 비가 올 정도로 날씨 변덕이 심한 곳이다. 특히 영국의 짙은 안개는 런던포그라는 애칭이 따를 만큼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때로는 낭만적인 영국의 모습으로 ‘런던 포그’가 소개되지만 영국 안개의 이면에는 우울한 이야기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1952년 일어난 런던 스모그 사건이다. 그해 12월 4일 런던에는 짙은 안개가 끼기 시작하면서 하루종일 햇빛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어두운 날이 이어졌다. 습도도 80%가 넘었다. 당시 영국의 가정과 공장은 석탄을 주 연료로 사용했다. 석탄을 대량 소모하면서 발생한 연기는 정제되지 않은 채 런던의 대기 권으로 마구잡이 쏟아져 나왔다. 연기는 짙은 안개와 합쳐져 스모그를 형성했고, 연기 속의 아황산가스는 황산안개로 변하여 런던 시민의 생명에 치명적 영향을 주게 된다.

스모그 발생 3주 만에 4천여 명의 시민이 폐질환과 호흡기 질환 등으로 목숨을 잃었다. 이후에도 같은 증상의 환자가 발생해 8천 명이 넘는 사람이 추가로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끔직 했던 이 사건을 두고 ‘그레이트 스모그’라 부르고 있다.

런던은 오래 전부터 스모그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왔던 도시다. 13세기 무렵에는 석탄을 연료로 쓰는 것을 금지하기도 했다. 17세기에는 매연보고서가 만들어지고 매연 저감을 위한 위생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1873년부터 스모그의 영향으로 사망자가 증가한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어쨌거나 영국의 ‘그레이트 스모그 사건’은 전 세계가 스모그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가 된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석탄발전소를 운영하는 나라다. 2천927기의 석탄발전소가 운영 중이며 그 규모는 미국의 4배에 달한다. 중국이 또다시 464개의 석탄발전소를 증설하겠다고 한다.

미세먼지 문제로 온 국민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요즘, 중국의 석탄발전소 증설 소식은 또한번 한국 사람의 가슴을 짓누른다. 중국이 증설 예정인 석탄발전소의 상당수가 한국 서해안에 면한 중국 동부여서 한국이 아무리 미세먼지를 줄여 봐도 소용이 없을 거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미세먼지 공포에서 벗어날 묘책은 정말로 없는 것일까?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