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7개 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했다. 정치인 출신 장관들이 내년 총선을 위해 당으로 돌아가고, 관료와 학자 출신들이 그 자리를 메웠다. 이번 개각에 대한 평은 성공적이지 못했던 집권 초기의 정책을 일신할 획기적인 내용이 없다는 비판이 일반적이다. 대통령의 만기친람(萬機親覽)식 통치 스타일의 맹점을 보완하여 청와대 ‘눈치만 보는’ 장관이 아닌 소신 있게 ‘일하는’ 내각이 살아나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문 대통령은 내년 4월 총선에 대비해 조각(組閣) 때 기용했던 정치인 출신 장관들을 당으로 돌려보냈다. 그 자리엔 관료와 학자 출신들이 중용됐다. 현역 의원은 일찌감치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4선의 진영(행정자치부 장관), 2022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준비 중인 박영선(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의원 등 2명이다.

이번 개각을 바라보는 야권의 시각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무엇보다도 실패한 정책에 대한 문책성이라는 부분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비핵화·대일관계 등에서 적잖은 외교적 실패를 가져왔던 부실한 외교·안보 라인을 제대로 손보지 않고 대부분 유임시킨 것에 대한 비판이다. 가장 먼저, 문재인 대선캠프에서 외교안보통일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던 김연철 교수가 통일부장관으로 기용된 것을 놓고 만만찮은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다.

우선 김 장관 지명자의 과거 언행들이 입줄에 오르내린다. 그는 개성공단 폐쇄를 ‘자해적 수단’이라고 비판한 바 있고, 지난 1월 신문 기고문에서는 “지금이 바로 대북제재 완화란 수단을 활용할 때”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북미회담이 어그러진 지금 시점이 ‘제재 무용론’을 외쳐온 캠프출신 인사가 통일부 수장을 맡을 때인가 하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상황을 무시하고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제재 해제를 강행하려는 신호탄이 아닌지, 불안정 기조에 빠진 한미동맹을 어디로 끌고 가려고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뒤따른다.

문재인 정권은 ‘소득 주도’라는 이상한 경제 실험을 하다가 빈곤층 근로소득이 37%나 격감하는 등 나라 경제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갔다. 탈원전은 부작용을 양산하고, 북한 비핵화는 가짜 쇼였음이 드러나고 있다. 이게 부인할 수 없는 정권의 현주소다.

실패의 원인 중에 대통령 눈치만 보는 ‘청와대 내각’이라는 해괴한 통치구조가 있음을 이제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이런 경직된 구조를 그대로 놓고는 제아무리 ‘제갈공명’을 차떼기로 데려와 쏟아부어도 소용이 있을 턱이 없다. 장관들이 현장에 밀착해 소신 행정을 펼칠 수 있도록 보장해주어야 한다. 재량권이 넉넉한 장관들이 전문성을 소신껏 발휘하여 질식 직전의 민생, 너덜거리는 국가안보 현실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주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