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에 달라지는 일상
지역상가 가뜩이나 불황 상황
유동인구 줄어 영세상인 타격
수십만원대 청정기 판매 불티
마스크 필수에 병원행 잦는 등
서민 경제 압박 예상외로 심각

전국을 집어삼킨 최악의 미세먼지 공포로 국민의 일상이 변화하고 있다.

외출 시 ‘마스크’는 필수가 됐으며 공기청정기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서민들은 서민대로 경제적인 부담이 늘었고 영세 자영업자들은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에 유동인구까지 줄었다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안 그래도 장사가 되지 않는데 하다 하다 공기까지 걱정해야 될 줄 몰랐습니다. 날씨 풀리면 손님이 많아지는 게 정상인데 포근해도 미세먼지가 심해 사람들이 길에 다니지를 않아요.”

7일 포항시 북구 장성동의 식당 주인 김모(63·여)씨는 최근 매출이 뚝 떨어졌다고 하소연을 했다. 그의 식당은 한창 바빠야 할 점심때였음에도 식사하는 손님은 세 팀 정도에 불과했다. 통상 3월이면 날씨가 풀려 손님들이 증가하는 시기지만 점심·저녁 관계없이 식당을 찾는 이들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포항의 대표 상권인 중앙상가 역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연일 미세먼지 특보가 발령되면서 유동인구가 급감했고, 특히 온종일 초미세먼지 농도가 평균 75㎍/㎥를 넘는 ‘매우 나쁨’ 수준을 보였던 지난 6일에는 뿌연 미세먼지가 거리를 덮은 데다 행인까지 드물어 스산하기까지 했다.

포항중앙상가에서 주차장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미세먼지가 심해지면서 온 동네가 조용하다”며 “경제나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연일 이어지는 ‘미세먼지의 습격’이 서민 경제를 흔들고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고농도 미세먼지 대란이 장기화하면 지난 2015년 한반도를 덮쳤던 ‘메르스 사태’만큼 내수경기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하지만 서민들은 오히려 경제적인 부담이 늘었다며 아우성이다. 미세먼지 대비 비용이 통신비 부담에 버금간다는 가정도 적지 않다.

일반 저렴한 마스크로는 미세먼지 차단 효과가 없어 방진 기능을 인증한 제품을 구매해야 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은 까닭이다. 방진 마스크 하나가 최소 500원에서 2천, 3천원 이상을 호가하고 심지어 일회용이라 4인 가족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한 달에 수만원 이상의 추가적인 지출이 발생하게 된다. 포항중앙상가의 한 약국 관계자는 “마스크 없이 외출했다가 미세먼지가 심해 약국에 급히 들어와 마스크를 사가는 손님들이 많다”며 “평소보다 최근 마스크 판매가 50%이상 늘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가정용 공기청정기 구매와 필터, 전기료까지 더하면 서민들은 말 그대로 ‘숨’만 쉬는데도 등골이 휘는 셈. 그러나 워낙 대기 오염이 심하다 보니 공기청정기 판매는 날이 갈수록 급증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닷새 동안 대유위니아 공기청정기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도 지난 6일 공기청정기 판매 대수가 일일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LG전자도 이달 들어 공기청정기 판매 대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의 3배 수준으로 늘었다.

포항시민 정모(36)씨는 “어린 자녀들이 걱정돼 공기청정기를 렌털하기로 했다”면서 “밖에 나갈 때는 마스크를 써야 하고 집에서 공기청정기 대여료를 매달 3만원 이상씩 내야 해 부담이 크다”고 털어놨다.

미세먼지와 관련된 각종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이들도 증가하고 있다. 에스포항병원 내과 최재혁 진료과장은 “최근 대기 질 악화로 인한 호흡기 환자의 내원이 늘어나고 있다. 미세먼지는 호흡기뿐만 아니라 심혈관질환 및 천식 악화까지 유발할 수 있으므로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면서 “부득이하게 외출하게 되면 식약처가 인증한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하고 외출 후 손, 발, 눈, 코 등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고세리기자 manutd2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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