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구단서 기업형구단 전락
시민들 외면하는 운영에 ‘빈축’
혈세 붓는 포항시도 수수방관
스포츠 통한 화합 불어넣어야
포항스틸러스 ‘환골탈태’ 절실

나영조편집국 부국장
나영조 편집국 부국장

“포항스틸러스는 시민구단이 아니다”

스틸러스 경기가 열리는 포항스틸야드를 자주 찾는 열성팬들의 입에서 이런 소리가 나오기 시작한지가 꽤 됐다. 축구인이기도 한 필자가 지나가는 소리로 흘려듣기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보고 스틸러스 구단의 현실을 간단히 짚어보고자 한다.

프로축구 1부 리그인 K리그1에는 포항스틸러스 등 모두 12개팀이 참가하고 있다. 스틸러스는 오랫동안 명문구단으로 평가받아 왔다. 언제부터인가 성적도 그렇지만 구단 운영행태가 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급기야 포항시민들이 포항스틸러스를 외면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스틸야드를 찾은 관중 수가 2016년 14만5천937명, 2017년 15만9천100명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14만668명으로 줄었다. “그럴수도 있지”라며 넘길 수도 있겠지만 포항구단을 아끼는 한 축구인은 “포스코 저들만의 잔치에 들러리를 서는 것 같아 기분 나쁘다”는 말에서 내막을 엿볼 수 있다.

“포항스틸러스는 시민구단이 아니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예전의 포항스틸러스는 완벽한 시민구단이었다. 승리의 기쁨도, 패배의 눈물도 포항시민들과 함께 한 것으로 기억된다. 포스코 출신 사장과 시민대표 단장이 포항시민들과 한마음이 돼 명문구단을 탄생시켰다.

지금의 포항스틸러스는 분명 포스코 기업구단이다. 포항시민들이 왜 스틸러스를 외면하는지, 스틸러스가 시민들을 어떻게 무시하는지 세세하게 늘어놓기는 그렇지만 구단 운영에 큰 문제가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팬들의 가장 큰 불만이 최근 떨어진 성적보다도 팬들을 외면하는 구단운영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따가운 지적은 ‘축구를 모르는 축구단 책임자’란 소리다.

포항스틸러스가 기업축구단을 계속 고집한다면 포항시민들이 애정을 줄 필요가 없다고 본다. 기업이익만 고려해 구단을 운영한다면 창단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포항스틸러스의 존재 이유는 포항시민들과 함께 함에 있다. 시민들에게 활력과 희망을 안겨주는 에너지원이 돼야 한다. 기업윤리면에서 봐도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해야 되고, 사회 환원의 기본을 실행해야 한다. 유소년 축구단 지원도 점차 줄여오다가 이제는 거의 없어졌다. 지역민들과 같이 호흡하면서 친목을 도모한지도 까마득한 옛일이 되었다. 권위의식에 젖어있는 스틸러스의 나홀로 행보는 팀의 성적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여겨진다. 2013년 이후 우승컵을 들어 올린 적이 없다. 올 시즌 개막전 패배도 불통의 결과물인지도 모른다.

포항스틸러스가 이 지경까지 온 데는 구단 책임자들의 축구관이 문제라고 지역의 체육원로들은 지적한다. 포스코에서 간부로 잘 지내다가 보은으로 받은 스틸러스 대표, 단장이 문제라는 소리다. 이 자리를 폼 좀 잡고 거쳐가는 자리로 생각해선 안된다는 지적이다. 포항인의 자긍심을 고취해야 하는 막중한 자리인 것이다. 지금처럼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스포츠를 통해 포항시민 화합을 이끌어 내고 활기를 불어넣으려면 낮은 자세로 헌신해야 한다.

근원을 캐고 들어가면 포스코 부사장 출신 사장이 부임한 이후부터 스틸러스는 기업축구단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지역화합이라는 구호만 외쳤지 시민은 안중에 없는 포스코축구단이 되어버렸다. 결과는 구단의 전력 쇠퇴와 시민들의 외면이었다. 현 집행부를 두고 ‘평상시 조기축구도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고 축구인들이 수군대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구단운영과 관련한 책임의 다른 한 축은 포항시에도 있다. 네임스폰서로 구단에 연 9억 원의 혈세를 퍼붓고 있다. 그러면 구단이 시민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시민들을 무시하는 팀에 거액의 예산만 지원하고 관중석 메운다고 인원 동원하고, 입장권을 배당하는 등의 어처구니 없는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 구단의 사장이나 단장 자리에는 시민들의 대표성이 있는 사람을 앉혀, 진정 시민을 위하고 포항을 사랑하는 시민구단으로 다시 태어나도록 해야 하는 것이 포항시의 역할로 보인다. 스틸러스에겐 성적도 지역화합도 모두가 중요하다. 포항스틸러스 구단의 환골탈태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