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명 주

빈 몸 빈 가지 꽃 피는 게 봄인 줄을 알겠다

언 강물을 헤치고 달려와

물관부를 힘차게 타고올라

성긴 꽃망울을 재촉하는 것이 봄인 줄을 알겠다

봄언저리에 기대어 사나흘 머무르면

내 몸 어디서 쑤욱쑥 새순이 돋고

새순 돋은 자리 흐르는 푸른 물소리

마음 속 푸른 물갈퀴가 굳은 마음의 혈관을 흔들어대며

푸른 항해를 시작하는

내 한뎃잠 오래 얼어버린 마음은 알겠다

(∼)

오래된 절망이 새순으로 눈뜨는 것이

봄인 줄을 알겠다

빈 몸 빈 가지에 봄꽃이 이는 것을 보고 시인은 차오르기 시작하는 생명력을 발견한다. 절망과 좌절에 빠진 상처투성이의 자신을 위로하고 치유하며 새로운 희망과 포부를 품고 일어서야겠다는 다짐을 내비치고 있다. 봄은 강한 생명력을 내뿜으며 우리에게 달려오고 있기 때문이리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