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中과 공조 강조 ‘눈길’
공동 인공강우·예보시스템 마련
노후 화력발전소 조기폐쇄 주문
정치권선 ‘국가재난 포함 법안’
야권·국민 일각 비관적 시각에
지자체 시행 근거 미비 ‘걸림돌’

재난수준의 미세먼지가 연일 한반도의 하늘을 잿빛으로 물들이자 6일 종합선물세트식 미세먼지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대책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중국과의 공조다. 그동안 한반도 미세먼지 사태의 책임을 사실상 부인해온 중국과 어떤 합의점을 이끌어 낼지 주목된다. 외교적 마찰을 우려해 정부가 언급을 자제해왔으나 더 이상 국민의 여론을 외면할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내놓은 카드로 보인다. 다만, 중국과의 협의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미지수인데다 이미 숨막히는 환경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어 성난 민심을 다독이기에는 부족한 늑장대책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관련기사 3·4·12면>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중국에서 오는 미세먼지의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중국과의 협의를 집중적으로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중국과 공동으로 인공강우를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한중이 미세먼지 예보시스템을 공동으로 만들어 대응하는 방안을 추진하라고 주문했다. 30년 이상 노후화된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해 조기폐쇄를 검토하라고도 했다. 국내·외 전방위적인 총력 대응을 지시한 것이다. 60개의 석탄발전소 가운데 54곳은 올 봄 상당기간 가동중단에 들어간다. 또 필요하다면 추경을 긴급 편성해서라도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역량을 집중하라고 강조했다. 이 추경은 공기정화기 대수를 늘리거나 용량을 늘리는 지원 사업 등과 중국과의 공동협력 사업을 펴는 데 쓰이게 된다.

이번 대책은 서해를 통해 유입되는 중국발 스모그와 미세먼지가 현재 국내 미세먼지 사태의 원인이라는 의견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중국 눈치를 본다’는 일각의 지적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야권을 중심으로 탈원전 정책 때문에 노후한 화력발전소가 여전히 가동되고 있다는 지적 등의 공세가 이어지는 점도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야권은 문 대통령이 대선 당시 미세먼지 배출량을 현재보다 30% 이상 줄이겠다고 공언하고는 이를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이 정권은 북한 때문인지 중국의 눈치만 살피면서 강력한 항의 한 번 못하고 있다. 방중 때도 양국 공동 대처를 약속했다고는 했는데 왜 지금껏 아무런 소식이 없느냐”고 비판을 이어갔다.

일부 국민은 문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중국 책임’을 강조하는 발언을 한 만큼 앞으로 한중 협의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다만, 이번 대책이 미세먼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비관적인 시선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한중 환경장관 회의 당시 리간지에 중국 생태환경부장이 한국 미세먼지 사태와 관련한 중국의 영향을 일부 인정하긴 했으나 “정도에 대한 이견은 있을 수 있고, 대기오염은 ‘상호’ 영향을 준다”며 문제 해결의 책임을 한국에도 일부 넘겼던 만큼 협의가 쉽지 않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대기 질이 계속 악화하는 가운데, 중국과의 공조는 무기한인 셈이다. 필요 시 검토될 추경 편성도 국회의 문턱을 넘어야 하는 만큼, 사실상 야당의 동의가 없으면 불가능한 대책이다.

이번 대책에 시도별 비상저감조치 개선방안이 결여된 점도 문젯거리다. 지난달 ‘미세먼지 특별법’이 시행됨에 따라 각 시·도별로 비상저감조치를 내릴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지만, 정작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엇박자를 내면서 반쪽짜리 대책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미세먼지 특별법 제정 후 빈틈없는 대응을 요구하며 일선 지자체를 닦달하고 있지만, 아직 관련조례조차 마련하지 않은 지자체들은 발만 동동 굴러대는 모양새다.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단속 등 저감조치를 시행하는 데 필요한 인력과 예산을 갖추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

경북도 관계자는 “특별법이 지난달 시행돼 배출가스 차량 단속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한 상황은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한 모든 시·도가 비슷하다”며 “인력과 예산을 확보하고 실제 단속에 나서려면 1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들은 정부의 실질적이고 확실한 대책을 요구했다.

포항시민 박모(61·남구 지곡동)씨는 “현재까지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성공하지 못했던 인구강우와 같은 대책을 내놓을 바에는, 지금 당장 실현할 수 있는 배기가스 불량차량 감축 등의 방안이 더 현실적이다”면서 “확실하지도 않은 중국과의 협의에 기대지 말고, 노후 화력발전소 폐쇄, 대기오염물질 배출 공장 규제 강화 등 국내의 미세먼지 저감조치 매뉴얼부터 확실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여아는 이날 미세먼지를 국가재난사태에 포함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법안을 오는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자유한국당 나경원·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액화석유가스 안전관리 사업법, 실내공기질 관리법, 대기질 개선법 등 미세먼지 대책과 관련이 있는 무쟁점 법안들을 일괄처리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들은 또 취약계층에 미세먼지 마스크 등 필요한 물품을 지원하기 위해 예비비를 조속히 집행하고, 필요하면 추가경정예산도 검토하기로 했다.

/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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