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종 경북대 교수·노문학
김규종
경북대 교수·노문학

경북매일이 흥미로운 알림장을 게재했다. 신문사가 ‘시민기자제’를 도입하겠다는 내용이다. 문자 그대로 신문의 독자가 신문기자가 되어달라는 취지다. 전통적인 종이신문은 신문제작자와 구독자를 엄밀하게 구별한다. 기자와 독자 사이에 기사 생산자와 수요자라는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 ‘넘사벽’이 존재했다. 그런 강고하고 유구한 은산철벽(銀山鐵壁)을 무너뜨림으로써 언론의 새로운 지평을 열겠다는 것이 경북매일의 의지다.

알림장에 따르면, 경북매일은 ‘시민참여 저널리즘’을 추구해왔다고 한다. 어느 일방의 주장이나 입장이 아니라, 독자의 견해를 적극 수용해왔다는 얘기다. 여기 더해 경북매일은 급변하는 언론지형을 직시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한 다양한 매체가 등장했고, 1인 미디어도 성장하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맞는 말이다. 지난 2000년 2월에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가 창간했고, 그 뒤를 이어 수많은 인터넷매체가 출현했다.

요즘에는 ‘유투브’가 대세를 장악하면서 1인 ‘유투브’를 포함한 1인 미디어가 극성(極盛)하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전제한 언론지형이 부지불식간에 바뀌고 있는 것이다. 상황변화의 중핵에는 똑똑한 전화기 ‘스마트폰’이 자리한다. 현대인이 필요로 하는 각종지식과 정보를 손바닥 안에서 가능하도록 인도한 스마트폰. 게다가 사진과 동영상을 실시간 탑재할 수 있는 능력까지 제공하는 기술문명의 총아 스마트폰.

인간의 대표적인 욕망에는 물욕, 권력욕, 명예욕이 있을 터. 전자의 두 가지 욕망은 충족하기 어려운 것이지만, 문화 권력으로 표상되는 글쓰기를 통한 명예확보는 어렵지 않다고들 생각한다. 한국인은 대단히 역동적이며 강렬한 참여욕망의 소유자다. 구경꾼도 좋지만, 대상의 평가와 기준에서 단호한 일면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다. 1인 미디어나 참여 저널리즘이 한국에서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거기 있다.

시민이 독자이자 동시에 기자가 된다면, 거기서 생겨나는 긍정적인 효과는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크다. 나의 짧은 소견으로 보면, 우선 그것은 기사의 공정성과 객관성 제고(提高)로 나타나리라 믿는다. ~카더라, 하는 유언비어와 가짜뉴스가 사라질 것이라 확신한다. 기사의 기본 가운데 하나가 ‘육하원칙’이다. 기사에 반드시 들어가는 시공간과 사건주체, 인과율(因果律)이 글의 객관성과 신뢰도를 고양(高揚)하지 않을 수 없다.

글을 쓰면서 시민기자는 모자라고 넘치는 능력과 덕성을 확인하게 된다. 넘치는 것은 버리고, 모자라는 점은 보충함으로써 개인능력 신장과 명징한 자의식 및 세계인식을 얻게 될 것이다. 남들이 써왔던 기사를 비판적으로 독서함으로써 일방적인 수신자이자 소비자의 영역과 본분을 내던져 버림으로써 새로운 세계와 대면할 것이다. 지역과 사회를 넘어서 국가와 동아시아, 세계를 감촉하는 새로운 인식능력 확보! 이 얼마나 장쾌(壯快)한 변화인가?!

경북매일은 시민들이 보내는 정치-사회-문화영역의 원고를 검증하여 채택된 글에는 원고료를 지불하고, 신문에 게재할 예정이라 한다. 이것이야말로 일석이조, 꿩 먹고 알 먹기다. 글로써 문명(文名)을 날리고, 고료도 챙기고! 신문사도 마찬가지 이익을 얻는다. 시민의 참여도를 높임으로써 기사가 다양해지고, 질적인 수준도 높아질 것은 자명한 이치다. 자연과학과 공학, 의학 같은 전문기사는 신문사의 전문성을 강화하여 언론의 전문화에 일조할 것이다.

경북매일이 희망하는 시민기자제가 정착하게 된다면 21세기 한국사회에 만연한 가짜뉴스와 편 가르기, 지역감정과 불신풍조같은 전근대의 소산이 현저히 감소할 것이다. 시민기자제의 성공적인 안착에 기초한 경북매일의 욱일승천(旭日昇天)과 건승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