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제한
조례 없어 내년말에나 시행 가능
대기오염 측정망 갖춘 시·군도
절반에 불과, 늑장대응 비난 거세

재난 수준의 미세먼지가 한반도의 숨통을 옥죄고 있다. 5일에는 대기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강원·경북 동해안 하늘까지 온통 잿빛으로 변하면서, 국민의 우려가 커가고 있다. 미세먼지 저감 대책이 시급한 가운데, 경북지역은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제한 등의 단속이 내년 말에나 가능할 전망이어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경북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달 22일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시행 후 처음으로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를 했다. 대기오염물질 다량배출사업장 43곳에 가동률 조정 등의 조처를 하고 비산먼지 발생 건설공사장 954곳에 공사시간 단축·조정을 권고했다. 23개 시·군에도 공공기관 차량 2부제 등을 요청했다.

하지만, 비상저감 조치 가운데 가장 효율이 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제한은 시행하지 못했다. 단속 시스템이 없을뿐더러, 현재까지 관련 조례조차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는 올해 상반기 중으로 5등급 차량 운행제한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9월까지 카메라 설치 장소를 선정하는 등 시스템 컨설팅을 완료할 방침인데, 모든 절차가 차질없이 진행되더라도 5등급 차량 운행제한은 내년 말께나 가능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현재 14개 시·군 23곳에 있는 대기오염 측정망을 23개 시·군으로 확대 설치할 계획이다. 현재 도는 동부권역(10개 시·군), 서부권역(12개 시·군), 울릉권역으로 나눠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주의보를 발령하고 있으며 울릉권역은 측정망 시험가동을 마치고 오는 5월께부터 실제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도민들은 경북도의 미세먼지 저감 대책이 걸음마 수준이라고 질책했다. 도내 절반 시·군이 대기오염 측정망도 갖추지 않았고, 재난 수준의 미세먼지가 덮치고 나서야 조례를 제정하는 등 늑장대응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포항시민 김모(43)씨는 “미세먼지 문제는 벌써 수년 전부터 불거졌는데, 대기오염의 주범이라고도 할 수 있는 배기가스 불량차량의 운행도 막을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도 공무원과 도의회 의원들의 무능력이 불러온 말도 안되는 상황이다. 하루빨리 시스템을 갖춰 조금이라도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게 해달라”고 토로했다. 그는 또 “차량 운행제한 조례를 제정하면서 대기오염물질 배출 사업장과 대형공사장 등에 대한 단속 기준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경북도 관계자는 “특별법이 지난달 시행돼 배출가스 차량 단속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한 상황은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한 모든 시·도가 비슷하다”며 “측정망은 올해 안에모든 시·군에 확대 설치할 계획이다”고 해명했다.

한편, 올해 들어 경북지역은 미세먼지 주의보 5회, 초미세먼지 주의보 13회가 발령됐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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