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희 상

지는 해를 따라가서

우리나라의 모든 여자들이

강가에 앉았다 그들의 자손인 애인도 거기에 앉았다

여자에게서 여자에게 귀에게서 또 다른 귀에게 말하여준다

칼들이 칼에게 넘어진다. 춤을 춘다

칼이 칼들에게 찔린다. 칼이 갈들에게 쫓겨서 떠나가는 뒷모습을 속엣말로 다 말하여준다. 우리나라의 강가에서 떨어진 낙엽들은

늦은 눈들이 가려주었고

죽은 꽃 하나를 사들고 서 있는 애인이 웃었다

견디다가 무너지리라. 분수(噴水)

시인은 노을이 지는 일몰의 풍경을 비극적인 필치로 형상화하고 있다. 그 비극성을 우리나라 모든 여자들에게 적용시키고 있음을 본다. 끈질긴 생명력과 열정으로 어떤 경우도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서는 강한 여성성을 말하고 있다. 여자는 한(恨)과 슬픔을 가슴에 안고 사는 존재이면서 미(美)와 끝없는 포용력을 가진 존재라는 시인의 인식이 잘 나타난 시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