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 패배하고 한반도에서 철수하면서 우리 정부에 귀속된 일본인 주택을 적산(敵産)가옥이라 부른다. 포항의 구룡포 일본가옥거리에 남아 있는 일본식 주택이 우리지역에 있는 대표적 적산가옥이다.

적산가옥은 전국적으로 보면 과거 일본인이 많이 살았던 항구지역에 집중 분포돼 있었다. 포항 구룡포는 1883년 ‘조일통상장정’체결 이후부터 일본인이 건너와 거주해 왔던 곳이다. 10년 전만 해도 100채 가량의 일본식 집들이 남아 있었으나 지금은 반쯤으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전라도 목포와 여수, 군산 등 항구도시들도 적산가옥이 아직 많은 곳이다.

큰 도시 중에는 대구도 비교적 많은 적산가옥이 분포돼 있는 곳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일제시대 대구역이 처음으로 들어서면서 역세권이 형성된 북성로 일대는 일본 식민기업의 진출로 당시 일본식 건물들이 많이 지어졌다. 최근 개장한 북성로 공구박물관은 1936년 지어진 일본식 건물로 당시에는 미곡창고로 사용됐던 곳이라 한다.

대구 삼덕동 일대도 행정기관의 사택이나 일본인의 집들이 많이 있었다. 도시발전 과정에서 대부분 사라지고 지금은 1939년 지어진 대구덕산공립 심상소학교 교장 관사로 사용됐던 건물만 남아 있다. 이 건물은 이후 삼덕초등학교 관사로 사용되다 지금은 삼덕마루란 이름으로 어린이 도서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적산(敵産)은 적의 재산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적산이란 이름보다 수탈당한 재산을 되찾았다는 의미로 재해석돼야 한다는 주장이 요즘 들어 새삼 설득을 얻고 있다. 때마침 3·1만세 운동 100주년을 맞아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이 다시 조명을 받는다는 소식이다. 아픈 과거 역사에 대한 교훈적 의미를 찾는 우리민족의 당연한 자세다. 국립국어원에서는 다크 투어리즘을 ‘역사교훈 여행’으로 풀어 쓰고 있다. 2차 세계대전 때 약 400만 명을 학살했던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대한 견학 등이 이런 경우에 속한다.

일제 강점기라는 비극적 역사를 가진 우리가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가족과 함께 가까운 우리지역 역사교훈 현장을 찾아나서는 것은 훌륭한 일이 될 것이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