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자시인
홍인자 시인

다치바나 다카시는 독서론, 독서술, 논픽션 명저들로 유명한 이 시대 최고의 저널리스트다. 도쿄대학 불문과를 졸업하고 문예춘추에서 기자로 활동하던 그는 뜨거운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퇴사했다. 그리고 다시 도쿄대학 철학과에 입학하여 평론활동을 시작하며 일본의 지성인으로서 명성을 쌓았다. 그는 다양한 책을 읽고 독특한 지의 세계를 구축하며 독서의 노하우나 독서론 등의 저서를 통해 지적 바람을 일으켰다.

그가 말하는 독서론 독서술 서재론은 지적 호기심이 왕성한 한 시대의 지성인이 얼마나 지적 열망이 뜨거운지를 잘 보여준다. 특히 그의 저서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에서 들려주는 서재론은 참 신선하다. 책을 읽다보면 작가는 서고를 만들기 위해 시간을 보냈다고 할 정도로 책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다.

경제적 여유가 많지 않던 젊은 시절의 그는 많은 책을 보관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 끝에 기능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책장 대신 나무로 만들어진 사과 상자를 택했다. 책상 주위로 빼곡한 사과 상자에는 그가 좋아하는 책들이 가득 채워졌다. 사과 상자 책꽂이는 조립식 가구처럼 자유자재로 꾸밀 수 있는 장점이 있었고, 이사 시에도 간편했다. 이사할 때는 사과 상자에 책을 담아 그대로 옮기는 것이다.

책이 점점 많아지자 그는 거주하는 집을 빼고도 두 개의 아파트 방을 빌려서 책을 보관했다. 많은 책들 때문에 가는 곳마다 벌어졌던 에피소드들도 그의 책 사랑의 추억과 함께 했다. 그는 합리적인 작업을 위해 모든 책을 하나의 공간에 두기를 원했고 마침내 빌딩을 지어 소형 박물관 같은 서고를 만들었다. 그가 소장한 수많은 책들은 지금 그와 함께 동고동락하고 있다.

책을 많이 읽는 민족을 꼽으라면 단연 유대인을 꼽을 수 있다. 유대인은 5살이 될 때쯤이면 히브리어 알파벳을 습득하고, 10살이 되면 ‘토라’라 불리는 모세오경을 거의 달달 외울 정도가 된다. 그리고 성년식을 할 때 중요한 성경 부분을 암송하고 소감을 말하도록 한다. 경전을 읽기 위해 글자를 빨리 습득하면서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책을 가까이 하는 문화가 형성되어진 것이다. 그들은 성경을 암송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그에 대한 토의를 끊임없이 한다. 이러한 토론 문화는 하브루타라는 독특한 교육법을 만들어냈다. 나이, 계급, 성별에 관계없이 두 명이 짝을 지어 서로 논쟁을 통해 진리를 찾는 하브루타 교육법은 각 나라의 교육 현장에서도 활용하고 있다.

이스라엘 현지를 수십 번 방문한 어느 영화감독의 말에 따르면 유대인들은 걸어 다닐 때도 책을 읽는다고 한다. 책을 읽다가도 누군가를 만나면 또 그 책에 대한 토의를 끊임없이 한다고 한다. 유대인들이 토론하기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2명의 유대인이 모이면 3개의 정당이 생긴다’는 유대인 속담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또 이스라엘에서 유대인 가정집들을 방문하면 특이한 사실이 있다고 한다. 집집마다 그 흔한 가전제품은 별로 보이지 않고 책들이 거실을 메우고 있단다. 심지어 책이 너무 오래 되어서 책 냄새가 가득할 정도라고 한다. 다양한 신상 가전제품들로 채워진 우리네 거실 풍경과는 사뭇 다른 것 같다.

책을 읽고 토론을 즐기는 유대인들의 저력은 전 세계에서도 빛을 발한다. 전 세계 인구의 0.3%에 지나지 않은 유대인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노벨상의 20% 이상을 유대인들이 받았고, 세계 상위기업 30%를 그들이 경영하고 있다. 또한 다수의 유대인들이 미국의 정계와 법조계를 주름잡고 있으며, 월가의 경제를 움직이고 있다.

빌 게이츠는 ‘오늘의 나를 만든 것은 우리 마을의 도서관이었다. 하버드대학의 졸업장보다도 소중한 것이 독서하는 습관이었다’라고 고백했다.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것이 책이다. 집집마다 미니서재를 만들어 좋아하는 책들로 채우고 독서하는 문화를 만들자. 책은 세계와 우주를 이해할 수 있는 통로가 되고, 무한한 상상력을 키워준다. 책을 읽는 것은 지혜의 문을 여는 것이고, 책을 읽는 민족은 강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