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거리·먹거리·쉴거리 ‘풍성’
‘3월 첫 주말’ 나들이객 몰려

나들이객이 3월 첫 주말 영일대해수욕장 일대를 걸으며 봄 기운을 만끽하고 있다.
나들이객이 3월 첫 주말 영일대해수욕장 일대를 걸으며 봄 기운을 만끽하고 있다.

동해안에서 백사장이 가장 넓은 포항 영일대해수욕장.

강산이 두 번 바뀐다는 20년 전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를 실감한다.

볼거리와 먹거리, 쉴거리가 풍성해 관광객들과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길이 1,750m의 백사장을 따라 만들어진 넓은 인도에는 20여개의 스틸 작품들이 설치되 있고, 각종 벤치와 파라솔 모양의 쉼터, 버스킹 무대도 곳곳에 마련돼 있다.

인도 옆에는 자전거 도로가 만들어져 자전거 마니아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영일대해수욕장 해안도로를 건너면 해수욕장을 따라 횟집과 식당, 게임장, 커피숍, 숙박시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야간에는 불야성을 이룬다.

영일대해수욕장 고래 전망대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나들이객들.
영일대해수욕장 고래 전망대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나들이객들.

△ “엄마, 고래는 새끼 낳은데 왜 알 낳아”

3월 첫째주 주말인 2일 오후 3시 포항여객선터미널 주차장에 차를 파킹한 뒤 인접한 영일대해수욕장을 찾았다.

탁 트인 바다가 눈앞에 들어왔다. 해풍에 묻어온 바다냄새가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었다. 수평선 너머로 보이는 한반도 지도 꼬리부분의 호미곶이 손을 내밀면 잡힐 것만 같았다.

몇몇 가족이 고래 형상의 전망대에 올라 바다를 구경하거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었다. 전망대 아래에는 크고 작은 19개의 ‘고래 알(?)’이 백사장에 놓여 있었고, ‘고래 알’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이들도 있었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 아이가 “엄마, 고래는 새끼를 낳잖아. 그런데 여기는 왜 알이 있어”라고 물었다.

언젠가 포항시의회에 출입할 때 상임위원회 간담회에서 “북부해수욕장(영일대해수욕장 옛 이름) 백사장에 고래전망대를 설치하겠다”는 시 관계자의 보고에 “전망대 아래 고래 알도 만들어 두면 그곳에 앉아 휴식을 취할 수 있다”고 한 시의원의 말이 떠올라 웃음이 나왔다.

당시 간담회 뒤 그 의원에게 “고래는 새끼를 낳는데 왜 알을 두느냐”고 물었던 적이 있었다.

그 의원은 “타 도시 선진지 견학 중 ‘고래 알’을 봤다”며 “고래가 새끼를 낳지만 주변 백사장에 알을 만들어 두면 관광객들이 그곳에 앉아 쉴 수 있다”고 했다.

△빨간 등대엔 연인들로 ‘북적’

백사장에서 인도로 걸어 나왔다.포항여객선터미널과 영일대해수욕장 사이에 설치된 관광안내판에는 “여기서부터 독도까지 258.3km”라고 쓰여 있었다.

올해는 독도에 갈 수 있겠다는 마음에 두 팔이 저절로 하늘로 올라갔다. 그 때 20대 연인이 여객선터미널과 해수욕장 사이로 난 작은 길로 걸어오다 웃어 보였다.“어디 갔다 오느냐.”고 물었다.

“빨간 등대에 갔다 온다.”고 대답했다.

이 길을 따라가면 5~10분 거리에 빨간 등대가 있다고 했다.

여름이면 연인들로 북적이고, 등대 벽면에는 연인들이 남겨 둔 메시지가 빼곡히 적혀 있다고 했다.

△백사장 따라 설치된 스틸 작품에 탄성

다시 영일대해수욕장 북쪽으로 발길을 돌렸다.예술품 같은 간이 화장실이 눈에 들어왔고, 주변에는 70여 그루의 곰솔이 해풍을 막고 그늘을 만들고 있었다.

인도 곳곳에 설치된 벤치에는 관광객과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나무 데크 길을 걷는 재미도 쏠쏠했다.

둥근 거울 같은 조형물 작품 앞에 서니 마치 감각 렌즈로 촬영한 것 같은 주위 배경이 재밌어 웃음이 나왔다.

‘생명’ ‘오늘도’ ‘비너스의 탄생’ ‘김 여사의 나들이’ ‘스페이스’ ‘느슨한 충돌’ 등 20여개의 작품들이 백사장을 따라 인도에 설치돼 있었다.

작품마다 특성이 두드러져 탄성이 절로 나왔다. 작품을 배경으로 기념촬영 하는 이들도 많았다.

스틸(쇠)로 만든 이들 작품은 2012년부터 해마다 열린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에 전시된 작품들이다.

△“버스킹 무대선 문예공연 이어져”

‘도시 속 휴양지’라 쓴 영일대해수욕장 탑이 취재팀을 반겨 맞아 주었다.

탑 주변에는 버스킹 무대가 설치돼 있었다.

한 주차요원은 “교회와 포항여성회, 각종 문화예술단체들이 이곳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해마다 7월 말~8월이 되면 포항국제불빛축제가 이곳에서 열린다고 자랑했다.

버스킹 무대는 이 해수욕장에 5개나 있다고 했다.

언젠가 월드컵 축구대회 때 새벽 일찍 이곳 백사장에서 시민들과 기뻐하며 우리 대표팀을 응원했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식수대 옆에는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타고 백사장으로 내려갈 수 있는 ‘T 자형’의 길이 만들어져 있었다.

장애인을 배려한 포항시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져 왔다.

개를 데리고 온통 빨간색으로 치장한 ‘김 여사 나들이’ 스틸 작품 앞에는 나들이객들이 모여 구경하고 있었다. 단연 인기작품이었다.

스틸 작품 코뿔소에 과자를 건네는 어린이.
스틸 작품 코뿔소에 과자를 건네는 어린이.

△“봄이 와서 그런지 장사 잘돼”

빨간 옷을 입은 바다시청과 바다시청을 받치고 있는 영일대 여름파출소와 화장실이 주위 풍경과 잘 어울려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바로 옆의 관광자전거 대여점의 주인이 연신 웃어 보였다. 봄이 와서 그런지 오늘은 평소와 달리 장사가 잘 된다고 했다.

이곳에서 10여m 걷자 한 어린이가 먹던 과자를 스틸 작품의 코뿔소에게 건네주고 있었고, 나들이객들이 이를 보며 폭소를 터뜨렸다.

60대로 보이는 여성은 “관광객들의 사랑에 코뿔소의 엉덩이가 새까맣게 변해 있었는데 어느새 깨끗하게 칠해져 있네. 가자~”하며 코뿔소의 엉덩이를 한 차례 때렸다.

△‘포항 글로벌 존’은 외국인들 불러 들여

영일대해수욕장 중간 지점에 이르자 50명이 쉴 수 있는 영구적인 그늘막이 설치돼 있었다.

그 옆에는 포항 글로벌 존이 만들어져 있었으며, 그 곳엔 야간경기를 가능케 하는 조명등과 지구본이 세워져 있었다.

원두막 모습의 쉼터들도 자리 잡고 있었다. 백사장에는 4개의 배구 코트가 만들어져 있었다. 여름엔 포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밤늦게까지 배구를 즐긴다고 했다.

쉼터에 앉아 간식을 먹는 여학생들에게 다가갔다.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더니 “포항사람”이라며 “탁 트인 바다가 좋아 간혹 친구들과 이곳에 나와 간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웃어 보였다.

해상누각 ‘영일대’로 이동하는 동안 족히 100여명이 들어갈 수 있는 항구적인 그늘막과 쉼터, 해수욕장과 인도 경계지점에 설치한 대리석 스탠드 곳곳에는 나들이객들이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여유로워 보였다.

△갈매기에 먹이 주는 재미 쏠쏠

갈매기에게 먹이는 주며 즐거워하는 나들이객도 있었고, 기타를 치며 복음 송을 들려주는 찬양사역자도 눈에 들어왔다.

‘철 그 이상의 가치창조’라 쓴 스틸 작품 속에 들어가 포스코를 배경으로 기념촬영 하던 30대 여성은 “밤이면 포스코 야경이 환상적”이라고 했고, 30대 남편은 “해상누각 ‘영일대’ 야경도 만만찮다”고 거들었다.

가족으로 보이는 60대는 “아침, 저녁엔 건강을 위해 해수욕장을 따라 걷는 사람들이 많다”며 “3년 전부터 매일 건강을 위해 환호해맞이공원 앞을 돌아오는 코스로 걷고 있다”고 했다.

칼 대신 붓을 든 이순신 장군 동상을 배경으로 기념촬영하는 나들이객들.
칼 대신 붓을 든 이순신 장군 동상을 배경으로 기념촬영하는 나들이객들. 뒤로 국내 최초 해상누각 '영일대'가 보인다.

△칼 대신 붓 든 이순신 동상 앞에선 고개 갸우뚱

칼 대신 붓을 든 이순신 장군 동상이 눈에 들어왔다.

구경하는 나들이객들이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했지만, 이순신 장군 동상을 배경으로 연신 기념촬영에 바빴다.

4명의 가족과 함께 대구에서 왔다는 70대 할머니는 “영일대해수욕장이 참 많이 변했다”며 “20여 년 전 이곳에 살 땐 태풍이 오면 바닷물이 집 앞까지 밀려왔다”고 회고했다.

이순신 장군 동상 아래에는 해상전망대가 설치돼 있었다.

관광객 중 누군가 “전망대가 모래에 묻혀 있네.”라고 했고, 또 다른 관광객이 “겨울에는 물이 밀려와 전망대 주변이 바다가 되지만, 겨울이 지나면 파도에 의해 모래가 쌓여 모래에 묻히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현상은 해마다 반복되고 있어 영일대해수욕장의 백사장이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장미꽃 개화 준비 한창… 겨울엔 LED장미꽃 반발

이순신 장군 동상 서쪽에는 제1 영일대 공영주차장과 우주선 모양의 화장실, 영일대 장미원, 제2 영일대 공영주차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포항시 관계자는 “길이 1천50m의 장미원은 시가 2017년 5억 원 들여 37종 장미 5천400그루 심어 조성했다. 장미꽃이 피는 4월부터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아들고 있다”고 말했다. 장미꽃이 지는 겨울에는 형형색색 LED장미를 심어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고도 했다.

지금은 LED장미를 뽑아내고 장미 개화 맞이에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롤러스케이트 타고 농구하니 재미가 최고”

인근 광장엔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이들로 붐볐고, 바로 옆 농구장에는 10명의 청소년들이 농구시합을 하고 있었다.

“학생이냐”고 물었더니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끼리 팀을 구성했다. 로러스케이트를 타고 농구도 하니 기분이 최고”라고 대답했다.

△“영일대․포스코 야경에 오징어잡이 불빛까지 ‘황홀’”

농구장 앞 바다에는 육지에서 툭 튀어나온 듯 한 국내 최초 해상누각 ‘영일대’가 위용을 드러냈다.

영일교 조명터널을 지나 영일대에 오르니 바다 한 가운데 외딴 섬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고즈넉한 낭만이 흘렀다.

이어 도착한 30~40대로 보이는 10여 명이 최백호의 ‘영일만 친구’를 합창했다. 영일만을 보니 절로 흥이 나서 노래가 나왔다고 했다.
일행 중 한 명이 “밤이 되면 영일대 야경과 포스코 야경, 오징어잡이 배 불빛까지 어우러져 가히 황홀하고 환상적이다”고 했다.

관광자전거를 타는 나들이객.
관광자전거를 타는 나들이객.

△설머리 야외무대, 학생들 공연 준비장으로 인기

영일대해수욕장 백사장은 두무치마을까지 이어졌다.

인도에는 스틸 아트 작품들과 쉼터가 곳곳에 설치돼 있었고, 백사장 앞 바다는 모터보트, 고무보트, 수상오토바이 등 각종 수상레저 활동이 이뤄지고 있었다.

포항하늘소망교회 앞에 이르니 운동장 같은 주차장에 ‘설머리물회지구’ 힐링음악회 무대가 설치돼 있었다. 평소에는 중고등학생들이 공연작품 준비로 무대를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환호해맞이공원 쪽에서 4인용 관광자전거를 타고 해상누각 ‘영일대’로 향하는 박병찬씨(42․직장인)는 “영일대해수욕장이 포항시민의 허파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며 “영일대해수욕장을 찾을 때마다 해운대해수욕장이나 광안리해수욕장이 부럽지 않음을 느끼고 있다”고 고마워했다.

한편 영일대해수욕장 일원에서는 연초 새해맞이축제를 시작으로 정월대보름행사, 포항 전국해양레저스포츠제전, 야심만만한 도시락축제, 포항국제불빛축제, 모래조각 전시회, 영일대 불빛퍼레이드, 크리스마스 포항시민 어울림 한마당잔치, 각종 전시회와 공연 등이 이어져 열리고 있다.

/김규동기자 kd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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