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새 대표 선출… 당 분열 치유·총선 대비 등 과제
개혁 보수 기치 내건 오세훈, 김진태 1만7천여 표차 눌러
TK, 김광림만 최고위원에… 윤재옥 낙마로 위상 ‘추락’

27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새 당 대표로 선출된 황교안 전 총리가 두 손을 번쩍 들고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총선을 진두지휘하면서 자유한국당을 2년간 끌고 갈 대표에 박근혜 정부 시절 총리와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낸 ‘정치 신인’ 황교안 후보가 선출됐다. 선거 초반부터 ‘어대황(어차피 대표는 황교안)’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대구·경북(TK) 지역을 비롯해 친박계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으면서 대세론을 굳건히 지켰다. <관련기사 3면>

27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3차 한국당 전당대회에서 황 신임 당대표는 당원·대의원으로 구성된 선거인단 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30%를 합산한 결과 6만8천713표(선거인단 5만3천185표, 여론조사 환산 1만5천528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태극기 부대의 지지를 받은 김진태 후보의 선전에 2등 수성에도 빨간불이 켜질 것으로 예상됐던 오세훈 후보는 4만2천653표(선거인단 2만1천963표, 여론조사 환산 2만690표)를 얻어 2위를 차지했다. 김진태 후보는 2만5천924표(선거인단 2만955표, 여론조사 환산 4천969표)를 얻었다. 2위를 차지한 오 후보는 중도 개혁의 대표주자로 나설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는 평이다.

친박계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은 황 대표의 당선으로 인해 친박계가 다시 당의 최대 주주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친박계가 다시 득세하면 당이 외연 확장의 한계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게다가 제1야당의 수장으로 당 안팎으로 분열된 세력을 통합해야 할 뿐만 아니라 5·18 망언 사태 등 전당대회기간 불거진 당 안팎의 논란도 시급히 정비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드러났듯이 당심과 민심의 간극을 하루 빨리 좁혀야지만 외연 확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대선 패배, 지난해 지방선거 참패 등을 거치며 생긴 당내 상처를 봉합하고 무능 정당이라는 국민적 불신을 해소해야 1년 후 치를 21대 총선에서 승산이 있다. 당장 유권자들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전과 ‘달라진 한국당’의 모습을 보여야 분열된 보수 지지자들을 끌어 모을 수 있다.

신임 최고위원은 대구·경북(TK)에 지역구를 둔 김광림(안동) 후보가 턱걸이로 겨우 당선됐으며, 조경태·정미경·김순례·신보라(청년 최고위원) 후보 등 5명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TK의원들이 물밑에서 적극 지원한 윤재옥(대구 달서을) 후보는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TK지역에서 유일하게 최고위원으로 당선된 김 후보는 부산에 지역구를 둔 4선의 조경태 후보에게 최고위원 1위 자리를 내준 데 이어 정미경, 김순례 의원에게조차 뒤지면서 보수의 심장인 TK정치권의 위상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성적표가 나온 것은 최고위원 선거 막판 수도권을 중심으로 ‘TK패싱론(김광림, 윤재옥 후보를 지원하면 안된다)’이 불어닥친 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지역의 한 관계자는 “수도권에서 ‘TK후보들을 당선시키면 안된다’는 여론이 불어닥쳐, 김 후보 4위·윤 후보 탈락이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TK가 한국당의 최대 주주라는 위상을 되찾기 위해서는 TK정치권 내 구심점 역할을 할 인물을 전략적으로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TK지역의 핵심 관계자는 “공천 때마다 TK지역에서 물갈이가 진행됐고, 최경환 의원 등의 사법처리로 구심점이 없어졌다”며 “TK 정치권이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총선 때마다 불어닥치는 TK물갈이론이 더 이상 나와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는 “중진의원으로서 역할이 있고, 중진이라는 이유만으로 영향력이 생기는 게 정치권”이라며 “내년 공천에서 또 다시 TK물갈이가 진행될 경우 ‘TK=초선 양성소’라는 인식과 함께 자연스레 당내 TK정치권의 입지도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형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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