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당 대표로 선택했다. ‘황교안’호 출범이 갖는 가장 중요한 의미는 ‘안정 속에 변화’를 희구하는 당원들의 중론이 반영된 것으로 읽어야 옳을 것이다. 실패한 정치세력으로서 반성할 것은 철저히 반성하되 보수주의의 뿌리를 아주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결과적으로 내년 총선을 앞두고 한국당 새 지도부는 ‘중도 민심’을 얼마나 껴안을 수 있느냐에 따라서 사활이 갈리게 됐다.

한국당 전당대회는 시종일관 뜨거운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진작부터 황교안 후보의 강세가 이어졌지만, 일반 민심을 등에 업은 오세훈 후보의 추격전이 만만치 않았고, 이른바 ‘태극기 민심’을 바탕으로 하는 김진태 후보의 뒷심도 간단치 않았다. 세 후보의 주장은 명확하게 갈렸다.

황 후보는 시종일관 ‘보수 대통합’에 방점을 찍고 문재인 정부를 제대로 견제하기 위해서는 범보수세력의 통합 추진을 역설해왔다. 오세훈 후보는 ‘중도 민심 확장’이 한국당 부활의 핵심요소라는 점을 강변해왔다. 특히 내년 4월 총선에서 이기려면 한국당이 수구화되거나 ‘도로친박당’으로 회귀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줄기차게 펴왔다. 김진태 후보의 메시지는 보다 강렬했다. 길거리에서 온몸으로 문재인 정권에 맞서온 자신의 이력을 앞세우며 총력투쟁에 나서는 선명 야당을 지향해야 한다고 외쳤다.

민주주의를 하는 나라에서 정당의 선거는 기본적으로 성향에 따라 나뉘고 뭉친 당원들의 생각이 반영되는 것이 맞다. 그러나 그 당원들이 편협한 가치관에 함몰되어 ‘그들만의 리그’로 치달을 경우, 그 해악은 나라에는 물론이거니와 소속정당에도 위기를 불러올 결정적인 패착이 될 공산이 커진다. 이번 한국당 전당대회는 안타까운 마음에 극적인 변화를 원하는 민심에 대해서 오히려 상당 부분 당원들의 견제심리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황교안 새 대표의 기본 이미지는‘안정감’이다. 법률전문가로서 대법관에 국무총리까지 역임한 그의 이력이 말해 주듯이 가볍지 않다는 점이 최대의 장점이다. 존재감을 상실한 제1야당이 중심을 잡고 나아가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덕목일 것이다. 그러나 2위를 차지한 오세훈 후보의 ‘중도지지 확장’이라는 사명 또한 절대적인 과제다.

어쩌면 한국당의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이 목표 달성에 사활을 걸어야 할지도 모른다. 아울러 당내에 여전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실패를 가슴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완강하다는 점 또한 결코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을 어떻게 다독거려 나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깊을 수밖에 없다.

새로 선출된 황교안 대표가 당내에서부터 어떤 ‘통합의 리더십’을 스스로 보여줄 것인지 궁금하고 또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