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 지열발전과 포항지진의 상관관계

땅을 깊게 시추해 인공적인 공간을 만들고, 그곳에 찬물을 주입해 발생하는 수증기를 이용해 발전기를 돌리는 심부지열발전(Enhanced Geothermal System) 시스템으로 건립된 포항지열발전소 모습. /11·15 지진지열발전 공동연구단 과학기술분과 제공

지열발전을 한 마디로 이야기하자면 땅속 열에너지를 이용한 전기발전이다. 고온의 물(온천)이나 암석(마그마) 등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활용한다. 지상에서 주입한 물이 지면 아래의 열에너지를 받아 가열되면서 발생한 증기로 전기를 생산한다. 자연적으로 온도가 높은 화산지대인 일본이나 아이슬란드, 인도네시아 등지에서는 수십에서 수백m 정도만 시추해도 뜨거운 지열수를 통해 발전할 수 있다.

포항지열발전소는 이와는 조금 다른 심부지열발전(Enhanced Geothermal System)이다. ‘인공저류지열발전’이라고도 한다. 화산지대가 아닌 곳에서 땅을 깊게 시추해 인공적인 공간을 만들고, 그곳에 찬물을 주입해 발생하는 수증기를 이용해 발전기를 돌리는 기술이다. 땅속 온도가 180℃ 이상, 단열(파쇄)대(Fracture Zone)여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핵심기술로 △심부시추기술 △수리자극기술 △미소지진 분석기술 등이 필요하다.
 

안전한 ‘수리 자극’ 대신 가스 채굴서 활용되는 ‘수압 파쇄’ 방식 사용
세계서 가장 깊은 마리아나 해구보다 더한 압력이 땅밑에 가해진 셈
물 주입 후 11·15지진때까지 규모 2.0이상 10회·2.0미만 63회나 발생
‘사이언스’ 발표 포항지진 연구서도 물 주입 인근에 진앙 몰린 점 지적

포항지열발전소와 포항지진의 상관관계에서 가장 큰 논란은 수리(유압)자극(hydraulic Stimulation)의 적절성에 있다. 물 주입이라는 자극으로 지층이 영향을 받게 됐고, 이 때문에 결국 규모 5.4의 강진까지 발생했다는 것이 쟁점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이 바로 ‘수압’의 세기에 있다.

수리자극은 고압력의 액체를 이용해 지하의 암석 등을 쪼개는 기술이다. 5∼30㎫ 고압수를 땅속에 주입해 균열을 만든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균열 사이로 물을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인 저류층이 만들어지게 되고, 물이 지열을 머금게되면서 생성되는 증기가 지상까지 연결되는 파이프를 통해 밖으로 나오면서 발전소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메가파스칼)은 용기에 가스를 채울 때 충전된 압력을 나타내는 압력단위로, 1㎫은 100만㎩(파스칼)과 같다.

포항지열발전소는 수리자극이 아닌 수압파쇄(Hydraulic Fracturing) 방식을 사용했다. 가스 채굴 등에서 활용되는 수압파쇄는 말 그대로 수압을 이용해 암석을 강하게 부술 때 사용한다. 통상 50㎫의 압력 정도다.

포항지열발전소에서 수압파쇄를 이용해 지상에서 넣은 수압이 89㎫, 지하 암석권에서 압력이 더해져 시추정 지하 4.3㎞에 가서는 최대압이 무려 131.8㎫나 된 것으로 조사됐다. 20∼30㎫이 인체가 2∼3㎞ 심해에 들어가 있을 때 느끼는 압력의 수준이라면, 잠수함조차 쉽사리 들어갈 수 없는 세계에서 가장 깊은 바다, 마리아나 해구(깊이 11㎞)의 수압이 110㎫다. 마리아나 해구 가장 깊은 곳에서 느낄 수 있는 압력보다 더한 고압력의 물이 지열발전을 위해 땅 밑에 가해진 것과 같다.

수압파쇄는 여러 국가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클뿐더러 지하수와 표층수의 오염, 소음, 특히 지진의 근원이 될 수 있다는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포항지열발전소에서 안전한 방법인 수리자극을 두고 왜 첫 시도부터 지층에 큰 영향을 미치는 수압파쇄를 이용했는지에 대한 대답은 포항지열발전소 관계자들만이 알고 있다.

포항지역 대학과 시민·사회단체 등이 모여 만든 11.15 지진지열발전 공동연구단 관계자는 “균열을 하나씩 조절해가면서 진행하는 것이 수리자극이라면, 땅속 균열과 상관없이 땅을 아예 부술 때 하는 게 수압파쇄”라며 “(수압파쇄를 이용한 건)상식에 벗어난 행위다. 천천히 쪼갤 상황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시간에 쫓겼을 가능성도 있는데, 보고서 등을 보면 원래 계획보다 (사업이) 6개월씩 늦어졌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질학자 역시 “지질학자들이 있었다면 절대 이런 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게 하지 않았을 거다. 지질학자들을 다 배제하고 (지열발전)사업을 진행했던 것”이라며 “포항지열발전사업에는 모두가 자원공학과 출신이 참여했다. 대표가 지질학 출신이긴 했지만, 이전에 이런 연구를 해 본 적도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지열발전소가 지진 유발에 영향을 끼친다는 의심은 이미 미국과 스위스, 독일 등 세계적으로도 논란거리다. 지난해 12월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된 AGU(American Geophysical Union)국제회의에서도 포항지진과 관련해 국내외학자들의 논문이 15편이나 발표되기도 했다. 포항지열발전소는 정말 포항지진을 유발했을까.

포항지열발전소 심부지열발전(EGS, Enhanced Geothermal System) 기술. 먼저 주입정에 고압수의 물을 넣어 땅에 균열(인공저유층)을 만든다. 다시 주입정으로 들어간 찬물이 땅속 빈 공간에 스며들면서 지열과 만나 증기를 발생시키고, 생산정을 타고 에너지 변환소로 향한다.  /11·15 지진지열발전 공동연구단 과학기술분과 제공
포항지열발전소 심부지열발전(EGS, Enhanced Geothermal System) 기술. 먼저 주입정에 고압수의 물을 넣어 땅에 균열(인공저유층)을 만든다. 다시 주입정으로 들어간 찬물이 땅속 빈 공간에 스며들면서 지열과 만나 증기를 발생시키고, 생산정을 타고 에너지 변환소로 향한다. /11·15 지진지열발전 공동연구단 과학기술분과 제공

포항지열발전소는 1.2㎿급으로 포항시 북구 흥해읍 남송리 일원에서 지난 2012년 10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4천382m 깊이로 시추했다. 2016년 1월 29일 물주입을 시작으로 2017년 9월 18일까지 1만2천798㎥의 물을 땅속에 주입했고, 5천841㎥의 물을 배출했다.

기상청 자료를 보면 물 주입 이후부터 규모 5.4 포항 지진이 발생한 2017년 11월 15일까지 규모 2.0 이상 지진은 10회, 2.0 이하 미소지진은 총 63회 발생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공교롭게도 포항지열발전소가 땅속에 물을 주입하기 시작한 이후부터 규모 2.0 이상 지진이 감지된 것.

포항지열발전소 주관사인 (주)넥스지오의 대표이자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 개발단장인 윤운상 대표는 학계에서 제기한 유발지진론에 대한 반론으로 McGarr 식을 예로 설명하면서 유발지진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윤 대표는 그동안 전 세계에서 발생한 유발지진의 자료를 발표해 “5.4의 지진이 발생하려면 현재 물 주입량의 약 1천배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동안 유발지진으로 의심되거나 판명된 지진은 세계에서도 규모 2∼3 정도였다. 5 이상 규모의 강진은 전례가 없다는 말이다. 또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포항 지진이 포항지열발전소의 물 주입 시점에서 두 달이나 지나 지진이 발생했다는 점 등을 들며 상관관계가 부족하다는 유보적인 뜻을 취하고 있다.

반면에 이진한·김광희·김영희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4월 포항 지진이 자연 지진이 아니고 지열발전소 물 주입 때문에 발생한 ‘유발 지진’이라는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인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2017년 11월 15일 발생한 포항 지진 진원이 지열발전소 주입정 위치와 물 주입 뒤에 발생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내세웠다. 또 지진의 진앙이 물 주입지점 근처로 몰려있다고 주장했다.

포항지진의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정부에서 출범시킨 ‘포항 지진과 지열발전의 연관성 분석 연구단’ 단장 겸 대한지질학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열발전과 포항지진의 연관성을 부인할 수는 없다”면서도 “명확하게 연관성을 밝히기 위해서는 지진이 발생한 지점의 땅속 응력 형성 등에 대한 증거가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포항지진이 포항지열발전소로 인한 유발지진인가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포항 지진과 지열발전의 연관성 분석 연구단’의 발표도 어느덧 오는 3월 중순께로 성큼 다가왔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점들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지만,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관련 조사가 진행중이라는 이유로 현재까지 어떠한 정보도 차단한 채 입을 다물고 있다. 뒷맛이 개운하지가 않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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