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시(詩)를 썼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쫓겨난 청년이 있습니다. 자물쇠 공장 기계공 보조로 일하라는 명령을 받습니다. 그는 시 쓰는 일을 멈추지 않습니다. 1950년대 동독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자유 진영에서 제 시가 방송된다는 이유로 통제와 압박은 갈수록 심해졌습니다. 어느 날 멀리 체코슬로바키아에서 날아온 독자의 편지 한 통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보았던 가장 아름다운 독일어 문장이었습니다. 체코의 여자 의사였어요. 편지는 체코슬로바키아를 출발해서 서베를린, 동베를린 검열관들을 통과해 3개월만에 제 손에 전달된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편지가 검열을 통과해 제게 전해진 것이 기적이라고 믿어요. 우리는 서로 편지를 주고받았습니다. 400통쯤 됩니다. 어떤 편지는 무려 26장이 넘는 것도 있었지요. 나는 그녀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어요. 편지에 전화를 한 통 걸어달라고 썼습니다. 당시는 전화기가 드물었기 때문에 저는 약속한 날 퇴근 후 전화기가 있는 친구의 집에 가서 마냥 전화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새벽 3시 30분에 전화 벨이 울렸습니다. “당신이세요? 당신이 바로 그 사람입니까?” 멀고 먼 전화기 다른 한 쪽에서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래요. 제가 바로 그녀랍니다.” 청년은 한 번 침을 삼킨 후 묻습니다. “나와 결혼해 주겠소?” 현존하는 독일 최고의 서정 시인 라이너 쿤체(1933~)의 이야기입니다.

두 사람이 노를 젓는다 / 한 척의 배를 /

한 사람은 / 별을 알고 / 한 사람은 / 폭풍을 안다

한 사람은 별을 통해 / 배를 안내할 것이고 / 한 사람은 폭풍을 통과해 / 배를 안내할 것이다 (라이너 쿤체 ‘노를 젓다’ 중)

1차 대전 때 영국 공군은 독일에 번번히 패했습니다. 한 영국 조종사가 전투기 두 대가 힘을 합해 공격할 경우 명중 확률이 급증하는 것을 발견합니다. 지름 40m 안에 탄착점을 형성하면 상대를 격추시킬 수 있어 일대일 전투의 40㎝ 명중 확률을 100배 확대시킵니다. 이후 영국은 독일 공군을 궤멸시킬 수 있었습니다. 소 한 마리가 수레의 짐을 끌 수 있는 한계는 최대 6t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소 두 마리에게 수레를 끌게 했을 때는 무려 24t까지 가능했다고 하지요.

그대가 별을 안다면, 폭풍을 잘 아는 누군가가 그대 곁에 나타나 함께 노 젓는 2019년이기를 기도합니다. 곁에 묵묵히 함께 멍에를 짊어지고 수레를 끌어 줄 아름다운 손길이 나타나는 행복한 순간을 꿈꾸어 봅니다.

/조신영 인문학365 대표